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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학살’ 조사결과 당사자에도 비공개.. 왜?
국정원, 자체조사 완료 후 한 단체에만 결과 통보

엄병길 기자 2009-09-30 오후 5:50:27

▲국가정보원 등 정보기관 강제 퇴직자들의 모임인 국가안보기능회복추진위원회 회원들은 지난 8일 국정원 앞에서 자유시민연대,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 등 50여개 시민단체 회원 200여명과 함께 ‘국정원 불법 강제퇴직 대학살 만행 진상조사 공개 발표 촉구 국민대회’를 열고 “사건의 진상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프리존미디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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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김대중 정부 시절 전문 정보, 수사 요원 581명을 불법 강제퇴직 시킨 일명 ‘국정원 대학살’ 사건에 대한 자체조사를 마무리 하고도 결과를 전면 공개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정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이 사건에 대해 작년 말부터 6개월에 걸쳐 자체 조사를 벌여 진상을 규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사건 당사자들에게만 조사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국정원은 청원서를 낸 ‘국정원강제퇴직진상규명촉구위원회’에 조사결과를 회신했다는 입장이지만, 강제퇴직자들이 둘로 나뉘어져 반목하고 있는 현실이어서 실질적으로 한쪽은 결과를 통보받지 못하고 있는 것.

이와 관련해 국정원측은 “청원서를 낸 대표단체에 이미 회신했다”는 답변만 되풀이 할 뿐 실제 결과를 통보받지 못하고 있는 일부 사건 당사자들에 대해선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조사 결과 공개 촉구를 주도한 전직 국정원 간부에게 최근 잇따라 불미스러운 일들이 반복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송영인 국가안보기능회복추진위원회 상임대표는 지난 28일 기자와 만나 “9월8일 국정원 앞에서 ‘국정원 대학살’ 조사결과 공개 촉구 국민대회를 열려고 하자 국정원 현직 고위간부가 집회를 하지 말라고 전화로 협박을 가했고, 조사결과 공개를 촉구하는 신문광고를 내려하자 이 간부가 또 지난 22일 광고를 내지 말라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또 신문광고가 게재된 지난 24일에는 정체불명의 남성이 ‘칼로 XXX 쑤시겠다’ 등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협박 음성메세지를 송 대표의 휴대전화로 보냈고, 다음날인 25일 송 대표는 전직 국정원 직원들의 모임에 나가 국정원 대학살 조사결과 공개 촉구 신문광고 얘기를 꺼냈다가 느닷없이 후배로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일이 거듭되자 송 대표는 신변보호협조 요청과 함께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수사당국에 수사협조를 요청해 달라는 뜻을 전하기 위해 국정원을 찾았지만, 국정원측은 송 대표를 만나주지도 않았다.

이에 대해 국정원측은 “국정원은 신변보호를 담당하는 기관이 아니다”고 일축한 반면, 송 대표는 “전직 국정원 간부로서 여러 협박들을 당한 사실을 국정원에 알리고, 수사당국에 수사협조 요청을 해달라고 갔던 것”이라고 섭섭함을 나타냈다.

국정원측은 ‘국정원 대학살’ 사건과 관련 “자체조사를 벌여 결과를 대표단체에 회신했고 후속조치도 진행 중”이라고 전했지만, 관련자 법적조치 여부를 비롯한 향후 사건 처리 일정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12년째 이어지고 있는 국정원 강제퇴직자들의 기나긴 명예회복 운동이 어떻게 마무리 될지 주목된다.

프리존뉴스 엄병길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