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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대상·범위] 박지원-임동원씨등 20여명 중점
4000억 대출 관련 이근영씨 포함 불가피

대북 비밀송금 사건 특검 수사는 과거 3차례의 특검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비중있는 인사들이 관련돼 있다.

특검에서 밝혀야 할 대상은 크게 3가지의 덩어리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대북송금과 관련한 정권 핵심부의 개입 또는 지시여부이다. 대북송금의 ‘준비단계’라고 할 수 있는 2000년 6월 박지원(朴智元)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의 북한측 인사 접촉이 어떤 배경에서 이뤄졌고,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이 사건의 전체적 성격을 파악하는 데 결정적 사안이다. 한나라당은 박 장관이 당시 북측에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로 5억달러 이상을 주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해 왔다. 박 장관의 북측인사 접촉에는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회장과 국정원 김보현(金保鉉) 제3차장(대북담당)이 동행한 것으로 전해져, 이들의 역할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하다.

산업은행이 2000년 6월 현대에 대한 당좌대월 한도를 어기면서까지 4000억원을 대출해 준 배경과 관련해서는 당시 한광옥(韓光玉) 대통령 비서실장의 외압설이 제기된 바 있으나 한씨는 이를 부인해왔다. 그가 아니라면 다른 누가 배후였는지가 조사돼야 한다.

두 번째는 현대의 대북송금액 조성과정의 문제. 먼저 산업은행의 4000억원 대출과정이 관계 여신규정을 위반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이근영 총재 등 당시 산은 최고책임자들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 현대는 증권과 건설, 전자를 중심으로 그룹차원의 재무관계 핵심인사들이 조사대상이 될 수 있다. 특검법에는 ‘2000년 7월에서 10월 사이 현대전자 영국 스코틀랜드 반도체 공장 매각대금 1억5000만달러’와 ‘2000년 5월 현대건설이 싱가포르 지사를 통해 1억5000만달러를 송금하는 등 이익치 당시 현대증권 회장의 주도로 계열사별로 모금한 5억5000만달러’가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출국금지를 요구해 놓은 현대관련 인물만도, 정몽헌·이익치 회장과 김종헌 현대상선 상무 등 9명에 이른다.

마지막으로 송금과정에서는 임동원 당시 국정원장이 국정원의 ‘환전 편의제공’ 사실을 밝혔기 때문에, 국정원 실무자들이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 또 외환은행은 산은 대출금 2억달러를 환전·송금하는 과정에서 금융실명법 등의 위반여부가 초점이다.

(許容範기자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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