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이 발표한 ‘홍보업무 운영방안’은 한마디로 정보 공급을 정부 뜻에 따라 정부 편의대로 통제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장관은 ‘개방’ ‘정보공개’ ‘공평’을 원칙으로 천명했지만, 구체적 방안을 들여다보면 ‘폐쇄’ ‘정보차단’‘미디어 평준화’를 추구해 나가겠다는 게 본뜻인 듯하다. 이 방안은 각 부처 언론대책의 교과서가 되는 주무부처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걱정스럽다.
사무실 취재 금지, 개별 취재 불인정, 취재받은 직원의 보고서 의무화 등은 국민의 알권리를 사전 봉쇄하는 조치들이다. 보고서나 문서를 문화부 홈페이지에 올리는게 ‘정보공개’라고 내세우나, 이 문서들은 언론의 존재이유인 권력 감시나 비판에 필요한 정보원(源)이 아니라 정부의 일방적 홍보 기삿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언론들에 주1회 브리핑으로 취재원 직접 취재를 대신하라는 건 쉽게 말해 내주는 정보만 받아쓰라는 얘기다. ‘공평’의 원칙을 내세우면서 미디어의 성격·규모·영향력 등을 무시한 채 정보원 접근을 획일적으로 규제하겠다는 것은 구(舊) 공산국가들의 사회주의 언론체제 말고는 세계 어떤 자유국가에서도 전례(前例)를 찾을 수 없는 미디어의 ‘하향 평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 장관 말대로 그가 언론관(觀)에서 ‘대통령의 분신’일지 모르지만, 그의 언론관은 언론에 대한 불신과 부정적 선입견을 바닥에 깔고 있다. 기사유형을 우호와 비판으로 나누는 이분법이 그렇고, 기자들을 잠재 범죄집단으로 여기는 ‘오보와의 전쟁’도 마찬가지이며, 기자가회식이나 밝히는 듯 매도하는 발언이 그렇다. “쓰레기통을 뒤져 (특종을) 발견하면 써라”는 그의 이야기는 문화를 책임지는 장관의 품위마저 떨어뜨린다.
공직자가 특정 언론사에 정보를 줘서는 안 된다는 그의 언급은, 뉴스·특종 발굴경쟁이 언론의 건강한 동력원(源)이라는 자유언론의 기본을 알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뉴스 인용자를 실명으로 보도해달라는 요구도 정부가 언론에 할 얘기는 아니다. 이 장관이 1년은 안 되더라도 한 달만이라도 언론 취재현장에 참여해봤다면, 우리 풍토에서 공무원이 실명으로 정부 정책을 비판한다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금방 깨달았을 것이다.
정부와 언론의 건강한 긴장관계가 이 정부의 언론관이라 한다. 그러나 그 바탕에는 무엇보다 상대방의 역할을 인정하고 그 역할에 대한 선의와 신뢰가 깔려 있어야한다. 이 장관이 내세운 방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언론에 대한 신뢰와 선의가 기본적으로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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