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사설] 요즘도 대운하 찬성 논리 개발하라고 들볶고 있나
입력 : 2008.05.25 22:18 / 수정 : 2008.05.25 23:50
건설기술연구원 김이태 박사가 인터넷에 "4대강(江) 정비 계획의 실체는 운하계획"이라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매일매일 국토해양부 TF팀으로부터 대운하 반대논리에 대한 정답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반대논리를 뒤집을 대안이 없었다"고 적었다. 김 박사는 "잘못된 국가정책에 대해 국책연구원 같은 전문가 집단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영혼 없는 과학자가 되라 몰아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1일 "(물길의 각 구간을) 잇고 하는 것은 국민이 불안해하니까 뒤로 미루자"고 했다. 4대강 정비와 수질개선, 뱃길 복원 사업부터 우선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 말을 두고 정부가 대운하 사업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해석과 그게 아니라 여론의 반대가 없는 하천정비와 수질개선 부분부터 시작해 나중에 대운하를 밀어붙이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정부는 대운하는 민자(民資)로 하겠다고 해왔다. 정부가 국고를 들여 4대강 정비를 먼저 하고 나중에 민자로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다면 그건 민자로 해야 할 것을 세금 들여 하는 꼴이 된다. 경제성이 없어 기업들이 하지 않으려는 사업을 경제성 있게 만들어주려는 편법이란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대운하는 2500t짜리 컨테이너선이 다닐 수 있게 강바닥을 깊게 준설해야 하고 물을 담아두기 위해 군데군데 보(洑)도 만들어야 한다. 단순한 하천정비라면 보는 만들 필요가 없고 준설을 하더라도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다. 만일에 작은 규모로 준설했다가 나중에 큰 배가 다니게 강바닥을 또 파겠다고 덤벼들면 그건 이중으로 돈을 들이는 게 된다. 국가 프로젝트를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건설기술연구원은 작년에 수자원공사, 국토연구원과 함께 대운하 사업이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보고서를 만들었다가 말썽을 빚은 일이 있다. 국토해양부가 그 건설기술연구원에 대해 이번엔 대운하 찬성 논리를 만들어내라고 윽박지르고 있다는 게 김 박사 주장이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영혼 없는' 국토해양부 공무원들이 연구원 박사들에게도 "머릿속에서 영혼을 빼내라"고 강요하고 있는 셈이 된다.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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