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3월 13일 경향신문 유병선 기자
한글인터넷주소 ‘접속 지름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청와대 인터넷 홈페이지를 찾는 네티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홈페이지에 접근하는 방법은 이용자마다 다르다. 영문으로 된 인터넷 주소 ‘www.president.go.kr’를 아는 사람은 별 문제 없지만 이를 모를 땐 검색 사이트를 거쳐 찾아가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요즘은 ‘지름길’을 이용하는 네티즌들도 적지 않다. 익스플로러나 넷스케이프와 같은 브라우저의 주소 입력창에 영문 주소 대신 한글로 ‘청와대’를 입력하면 곧바로 접속되기 때문이다.
벤처기업 넷피아가 1999년 상용화한 ‘한글인터넷주소’가 4년여만에 국내 기업·단체·개인·브랜드에 이르기까지 60여만개의 한글주소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했다. 한글인터넷주소는 보통 www로 시작되는 영문 인터넷 주소와 달리 웹브라우저의 주소창에 가고자 하는 단체나 기업의 이름을 한글로 입력하기만 하면 되는 ‘자국어 인터넷 주소’ 방식이다. 이는 한글주소만 입력한다는 점에서 ‘www.(한글).co.kr’ 형태의 ‘한글 도메인’과도 다르다.
한글인터넷주소는 국내 100대 기업의 99%이상이 등록해 놓고 있다. 또 KT를 비롯한 90% 이상의 인터넷접속서비스(ISP) 업체가 이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가정에선 한글주소로 연결되는 데 문제가 없는 등 국내 인터넷 홈페이지의 대부분을 한글인터넷주소로 찾아갈 수 있다.
그러나 한글주소를 읽어들이는 시스템이 없는 일부 기업에서는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넷피아 홈페이지(www.netpia.com)에서 플러그 인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설치하면 해결된다.
한글인터넷주소가 보급되면서 그 혜택을 톡톡히 보는 사례들도 늘고 있다. 인터넷 선거혁명으로 불린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노무현 후보 캠프는 한글인터넷주소(노무현)로 유권자들의 홈페이지 접속을 크게 늘렸다.
홈페이지 개설 3년간 조회수가 3만건에 불과했던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회는 한글인터넷주소(부정부패, 부정, 부패, 부추연)를 만든 지 석달만에 조회건수가 10만건을 넘겼고, 반년뒤에는 1백46만건으로 접속률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한글인터넷주소는 누구에게나 잘 알려진 회사명이나 브랜드명 혹은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의 이름을 그대로를 인터넷주소로 사용할 수 있어 마케팅에도 적극 활용되는 추세다.
최근 행정자치부는 전자정부를 구축하면서 각 행정기관의 홈페이지를 한글인터넷주소로 등록해 안방민원서비스의 문턱을 낮추는 한편 도시와 농촌의 정보화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정보화시범마을 사업에 한글인터넷주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27개 시범마을의 한글인터넷주소(신안배마을, 삼신녹차마을, 안동하회마을 등) 등록을 마친 데 이어 올 상반기까지 전국 103개 정보화시범마을의 홈페이지에도 한글인터넷주소를 활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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