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학교가 중심을 잃으면
입력 : 2006-05-19 18:12
방과후 학교는 저소득층의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고 사교육 수요를 학교로 흡수하기 위해 수업이 끝난 뒤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시범학교가 선을 보인 정도인데도 취지가 좋다보니 현재 전국 초·중·고 대부분의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다. 미술 음악 등 특기적성 교육을 비롯해 영어,수업기초 학습,직업교육 등 교육 내용을 다양하게 마련할 수 있는데다 수강료도 사설학원의 20∼50% 수준을 유지하도록 해 ‘희망의 학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사교육이 성행하고 학교 교사들의 책임의식이 희박한 사회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교육부의 철저한 관리감독은 물론 일선 학교의 피나는 자기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지못해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부실하게 운영하든지,편법·탈법으로 장삿속을 추구하거나 성과 중심주의로 치달을 우려가 높다.
아니나 다를까 학원보다 비싼 수강료,우수한 학생들만 모아 유능한 교사가 집중적으로 지도하는 ‘황제’ 보충수업,학원과 사기업의 편법 참여 등 전국에 걸쳐 일탈된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시범 사례로 참관한 학교에서도 주변 학원의 영어 수강료보다 비싼 값을 받았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학교가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고 있는지 헤아리기 어렵다.
더구나 최근에는 전교조가 방과후 학교에서 나타났거나 그럴 조짐이 있는 문제를 지적하며 파상공세를 펴기 시작해 문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사교육의 영향이 비상적으로 강한 사회에서 이런 잡음이 일기 시작하면 방과후 학교의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다. 교육부는 전면 실태 조사에 나서서 잘못된 점을 바로 잡아줘야 하고,교장이나 전교조를 비롯한 학교사회는 모처럼 시작된 교육복지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독선이나 변칙적인 운영,교사들의 기득권 방어 등 낡은 습관으로는 방과후 학교의 초석을 바로 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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