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0415 - 제암리교회 학살
오늘은 화성시(옛날 수원군) 향남면 제암리(堤岩里)에서 일본군의 방화와 총격으로 39명이 몰살당한 비극의 날입니다. 이 날 일본군은 제암리에 사는 기독교인과 천도교인 등 28명을 교회에 오라고 하여 교회 안에 가둔 후 출입문을 밖에서 못질하여 잠그고 불을 질러 태워 죽였습니다. 창문을 깨뜨리고 도망가려는 어린이 노인까지도 총으로 쏴 죽였습니다.
* 교회 안에 갇혀 불에도 타고 총도 맞아 죽은 사람 : 26명, 교회 건물 밖에서 총만 맞아 죽은 사람은 2명이었다고 함.
이 학살을 지휘한 장교는 아리타 도시오(有田俊夫)라는 육군 중위였습니다. 이 자는 교활한 놈이어서 “4월 5일의 발안장날의 시위 진압 때 너무 심한 매질을 한 것을 사과하려고 왔으니 15세 이상 남자 신도들은 다 모이라.”고 유인하여 교회 안에 가둔 것이라 합니다.
기름을 붓고 불을 질러 타 죽은 사람들의 처절한 비명을 상상해 봅시다.
이들 일본군은 잇따라서 인근의 채암리(采岩里)에 가서도 민가에 불을 질러 집 31채를 태웠고 총을 쏘아 39명을 죽였습니다.
일본 정치인들은 해마다 한 명 이상 대표로 제암리 교회에 와서 무릎을 꿇고 엎드려 위령제를 올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거창하게 노는 ‘친일반민족행위조사위원회인’가 뭔가 하는 노무현 정권의 산하단체 회원 중 제암리에 가서 위령제를 올린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이 현장의 처참한 상황을 4월 17일에 현장에 가서 유골을 수습하면서 사진도 찍어 두고 갖가지 관찰과 조사를 한 후 ‘수원에서의 일본군 잔학행위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 외국 신문에 널리 알려 전세계에 일본인들의 잔학성을 밝힌 외국인이 있었으니, 그는 영국 출신 캐나다인 수의사(세균학자)였던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 박사였습니다.
이 분은 일제시대(태평양 전쟁) 말기에 캐나다로 추방당했다가 1960년대에 한국에 귀환하여 서울대 의과대에서 명예교수로 세균학을 강의하시면서 군중 계몽강연도 많이 했었습니다. 저는 이 분이 정동의 이화여고 운동장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강연하실 때 가서 들은 바도 있습니다. 그 때 석호필(石虎弼 : 스코필드) 박사의 말씀 알맹이는 간단하였기에 아직도 기억합니다.
“한국사람, 핑계와 짐작, 거짓말이 많습네다. 이것이 일본에 진 원인인 줄 알고 지금이라도 반성합세다.”
도산 안창호 선생님 말씀과 비슷한 가락이었습니다.
1916년,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 교수로 이 땅에 처음 오셨던 그는 한국인보다 한국을 사랑한 분이십니다. 그는 그래서 ‘기미독립운동 34인’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도 들으셨습니다. 한국 땅에 묻히기를 원하시어 1970년 4월에 국립묘지에 묻히셨다고 합니다.
수원 제암리와 채암리에서 참혹하게 이 세상을 떠난 67명과 위대한 의인이신 석호필 박사의 명복을 빕시다.
* 4월 13일자 중앙일보 23면 칼럼, 기타 서적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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