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제목 이젠 노무현을 바로봅시다(필독)펌글
글쓴이 지지철회자 날짜 2003-03-16 오전 11: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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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송금 특검법이 마침내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14일 오후 6시경 공표되었다. 지난 달 26일 한나라 당 단독 국회에 의하여 통과된 지 16일 만이다. 그간 민주당은 한나라 당 단독 처리를 인정할 수 없다며 법안의 무효화를 주장했고 한나라 당은 벽창호보다도 더한 고집으로 요지부동이었다.
이에 돌파구를 모색하던 일부 시민단체와 민주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강력히 요구해왔다. 물론 대통령도 이 문제로 심각한 고민에 부대꼈을 것이라는 추측은 할 수 있다. 한나라 당이 의회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이른바 상생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또 노 정권 자신의 생명력을 위해서도 사뭇 거부권으로 맞설 수 없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한마디로 많은 국민들이 크게 실망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선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되게 된 의미가 무엇인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여러가지 뜻이 담겨있겠지만 그것은 개혁하라는 국민들의 큰 명령이 주어졌기 때문이라고 보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지난 5년간 김대중 정부는 여소 야대라는 구도로 하여 그 자신의 통치 포부를 제대로 펴보지 못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마침내는 그의 통치행위를 문제삼는 특검법을 만들게 되고 퇴임 후에까지 조사를 받아야 하는 불행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김대중 정부의 이러한 봉변의 근원은 그의 취임후, 그를 지지한 국민의 의도와는 달리 보수 세력 끌어안기와 야당의 눈치보기로 활달한 걸음을 걷지 못하고 머뭇머뭇 주춤댔다는 데서 찾아지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그 다음으로 짚어봐야 할 부분이 바로 보수와 수구를 둘둘 버무려놓은 한나라당의 실체에 관해서다. 그들은 실상 의사 결정을 할 수있는 국회의 의석을 과반수 이상 확보하고 있으나 그 구성원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국가의 역사적 진보를 가로막는 반민주적 사상으로 꽉 차있는 인물들이다. 군사독재 정권 시절 안기부나 검찰에서 일하며 민주인사를 고문했고 민주화운동의 대표적 인물로 부각된 대통령에 대해 드러나지 않은 인격적 문제들을 이미지로 풍겨내면서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다.
특히 대북한 포용정책에 대해 극렬히 반대하고 비난하기를 그치지 않음으로서 반통일 주의자들이라는 여러 갈래의 비판을 사고 있는 형편이다. 다시 말하면 그들은 반통일 주의자이며 반민족주의자이고 또한 반민주 인사들이며 따라서 진보적 재야 세력들로부터 반역사 주의자라고 지탄받고 있는 면면들이다.
이것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나 반대 세력은 있는 것이어서 그것은 포용되어야 한다는 논리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우리는 민주화 과정에서 줄창 독재 청산 고문 청산을 부르짖어 왔다. 그 배경엔 마땅히 청산되었어야 한 일제의 잔재가 맞닿아있음을 경고하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렇듯 간절한 민족의 역사적 소망을 모두어 안고 출범한 정권이 바로 노무현 정권이라 말한다면 틀린 말일까. 대통령이 이러한 가치를 뒤로 미루려 한다거나 만에 하나 내 모를레라 한다면 그것은 역사에 대한 배신일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 특검법 공포의 말은 이러하다. 그것이 여야 의원들의 막판 타협의 소치인 것같은데 '제한적 특검론'을 말했다. 사실은 밝히되 남북관계가 손상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위태로운 줄타기 식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송금과 관련된 북한 측 인사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북측의 계좌를 역시 발표하지 않는다는 조건이다.
비록 북측 인사의 이름이나 수신자의 계좌번호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결과는 다 드러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의 남북관계에서 접촉한 양측의 인적 재원은 크게 비밀일 것도 없게 되어 있다. 현대 아산 관계자와 청와대 및 정부 여당 인사들일 것이며 교역에 필요한 특수한 전문인사 몇사람일 것이라는 추측은 누구나 가능한 일이다.
이것을 꼭 밝혀야 한다는 주장은 상당 부분 있을 수있는 정세 판단에 어두운 국민들 앞에 낯을 깎아주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보다도 우려하는 바는 상대적으로 관계한 북측의 인사가 좁혀져 드러남으로서 앞으로의 남북관계를 어색하게 만들 것이라고 어렵잖게 내다볼 수 있다.
대북 송금 건과는 좀 다른 것이었지만 SK 수사와 관련한 답변 방식은 적절치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여론이다. '공개된 사실은 조사하는 것이 옳다'고 했는데 이는 기업들로 하여금 투명성을 제고시키려 하기보다는 어떻게든지 비리를 감추어야만 한다는 역설 논리를 제공하게 될 수도 있다. 거기에 일반인이 이해할 수없는 깊은 의미가 들어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리고 정녕 그냥 흘려버리고 말 수없는 대목이 있다. '거부권을 행사해도 절반의 반대가 있고 수용해도 절반의 반대가 있다'고 한 것인데 왜 이같은 발언을 해야만 했을까 하고 의아해 하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어쩌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미래의 평가에 대해서도 결코 호의적으로 작용할 것 같지 않은 부분으로 보인다.
정의의 가치는 여론의 절반이냐 과반수냐 하는 수치로 판별될 수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여론의 수치에 따라서만 정책 결정을 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에는 반역사적 요소가 너무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정책이라 지적하지 않을 수없다.
우리가 처한 개혁적 가치나 민족 생존의 개념은 한가롭게 여론의 수치를 따질 수만은 없는 단계이기도 하다. 그 자리에선 어쩔 수없이 지역 간의 상반된 시각에 관한 질문도 나왔는데, 우리의 지역 분할 감정은 안배나 다독거림으로 해결될 성질로 보면 오해다. 김대중 정권이 부단히 그 문제 앞에서 아첨에 가까운 정책을 폈지만 그럴듯한 소득을 거두기는 커녕 역효과만 낳았다.
노무현 정권이 이 부분을 통찰하지 못한다면 김대중 정부와 똑같은 길을(친인척 비리 문제는 배제하고) 걷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강력한 의지 앞에 지역 감정 문제가 한가지로 흡수될 수 있으며, 아울러 수구나 잘못된 보수의 기둥이 스스로 썩어 내려앉게 될 것이란 점을 강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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