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의 투명성 제고’에 대하여
사립학교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일부 사학의 비리를 침소봉대해 사학이 마치 비리의 복마전인 것처럼 매도하며 전체 사학경영인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 그들은 사학 비리가 근절되지 않은 원인을 모든 권한이 학교법인 이사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왜곡하면서 이사회의 권한을 분산하여 그 권한의 일부를 자신들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요컨대 그들은 일부 사학의 비리를 내세워 사학의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위험한 발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학은 사회의 다른 분야에 앞서 투명한 윤리 경영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학 비리에 관련한 논란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우리는 부끄럽게 생각하며, 자정 노력을 계속 할 것이다.
어느 사회든 일부 비리는 있다.
그러나 어느 사회든 일부 비리는 있다. 물론 일부 사학에도 비리는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1,250여 개의 법인과 2,000여 개의 사립학교가 있다. 이러한 대규모 집단이고 보니 솔직히 바람 잘 날이 없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내놓은 개정안은 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옳은 방안이 아니다.
사립중고등학교의 경우, 비교적 규모가 큰 학교의 1년 예산은 50억 안팎이다. 규모가 작은 학교는 불과 몇 억에 불과하다. 이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90～95%에 이른다. 인건비를 제외하면 남는 돈으로는 학교 운영비를 쓰기에도 빠듯한 실정인데 여기에 대단한 비리가 있으리라 과장하면서 학교운영의 지배구조를 바꾸어야 한다고 법석을 떤다. 모기 잡는데 도끼를 쓰자는 격이다.
현행법에도 비리 처리할 법과 제도 있다.
비공개 채용에 의한 인사비리나 정실인사가 문제라면 각 법인별로 교원을 공개 채용하도록 하면 된다. 회계비리는 예산 및 결산을 상세히 공개하는 방법으로 없앨 수 있다. 교육환경 개선비나 특별교부금 예산은 관할 교육청에서 별도의 감사와 감독을 철저히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일부 사학의 비리를 눈감자는 주장이 아니다. 원론적으로 학교비 횡령 등의 비리 관련자는 사립학교법이 아니라 형사법에 의하여 처리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비리 사학에 대해서는 현행 법률과 제도만으로도 책임자를 사법 처리할 수 있고, 심지어 임시이사를 파견해 경영권까지도 박탈할 수 있는 장치가 두루 마련되어 있다. 현재도 비리 의혹이 있다 하여 사학 경영인을 구속 수사하고 있으며, 비리 사학을 폐교시킨 사례도 있다. 이처럼 법과 제도를 엄격하게 집행하면 그것으로 필요충분하기 때문에, 건전한 사학까지 몽땅 묶으려는 연좌제나 다름없는 법 개정이 또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지금 그들은 아예 사학을 말살하려는 기상천외의 개정안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일부 비리 내세워 건전사학 족쇄 채우려 한다.
개정안이 설령 사학 비리 근절이라는 순수한 의도에서 추진되는 것이라 해도 여기에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일부 교원에게 비리가 있다 해서 모든 교원의 교권까지를 싸잡아 침해하거나 박탈해서는 안 된다. 비리를 없애자고 교권을 짓밟아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유신헌법에서처럼 일부 국회의원에 비리가 있다 해서 모든 국회의원들의 국정감사권을 박탈하여 감사원에 넘기는 법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국정감사권이 없는 국회의원이 제대로 예산 결산을 심의 의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일부 비리 사학을 내몰기 위해 당치도 않은 법률을 만들어 건전 사학까지 싸잡아 족쇄를 채워서는 안 된다. 초가삼간 불태우는 한이 있더라도 기어코 빈대만은 잡아야겠다는 것인가? 교각살우(矯角殺牛)란 말이 있다. 소뿔이 보기 싫다고 해서 이를 바로 잡으려다 소까지 죽인다는 뜻이다. 이런 어리석은 일을 범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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