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 동안 얼굴 보이지 않던 과거 우익정부 시절의 세력가들로부터 각종 제의가 들어온 적이 있다.

그 제의란 게, “이러이러한 사업을 좀 해 달라. 잘 되면 지원해 줌은 물론 외부지원도 이끌어 주겠다.”는 것이다.

얼핏 듣기엔 아스팔트 우익에겐 아주 가뭄에 단비처럼 군침이 당기는 소리다.

그러나, 그 요구사항에 있어서 가장 김빠지는 소리가 있다.

일단 우리가 가진 돈으로 시행하라는 것이다. 초기 활동비로 자기 돈을 주면서 시행하라는 게 아니다.

우리 돈으로 해서 잘되면 와서 대표도 맡아주고 지원도 해주겠다는 뜻이다.

한심한 군상들....

우리가 잘되면 뭣 하러 그들 지원이 필요한가.

우리 돈으로 해서 거덜 났기에 못하는 일인데, 우리 돈으로 해서 잘되면 도와주겠다?

말이 되는 소린가. 그럼 우리가 잘못되어 거덜 나면 나 몰라라 하겠다는 뜻인가.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놓겠다는 얌체 같은 심사 아닌가.

이는 실험적 초기투자조차 하지 않겠다는 뜻이며, 사업초기의 리스크를 전부 아스팔트가 져야 한다는 뜻이다.

왜 없는 아스팔트 돈으로 도박 걸고 지네들 입신 재기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줘야 한단 말인가.

또한 더 기분이 나쁜 것은 애시당초 그들은 아스팔트를 깔아보고 상하관계를 설정해두었다는 느낌이다.

돈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무슨 상하관계가 있어서 지시에 복종하고 우리 돈으로 위험을 무릎 쓴단 말인가.

천하에 되먹지 못한 악랄한 얌체 아닌가.

몇 해 전 4대 악법 저지를 위한 여의도 천막농성 때의 일이다.

과거 그 높은 권위와 재산을 가지고도 격려차 와서는 돈은 한 푼도 안 내놓고,

용기를 잃지 말라며 격려악수만 하고 나서는 고급차 타고 사라진 인간들이 생각난다.

당시 아스팔트는 용기가 부족했던 게 아니라, 돈이 부족했는데도 그들은 용기만 듬뿍(?) 주고 갔다.

결과적으로 아스팔트의 개인 살림만 거덜 나고, 애국단체는 내부적으로 갈등과 분열만 낳게 되었다.

우리에게 그들의 권위와 격려가 필요한 게 아니다. 그들의 돈이 필요하다.

그들 말대로, 잘되면 오히려 그들의 지원이 필요 없다. 우리 돈으로 해서 잘 되었는데, 그들이 왜 필요한가.

게다가 그들의 그런 생각을 우리는 못했나? 돈이 없어 못한 것이다.

그들은 잃어버린 10년 동안 이상훈, 박세직처럼 애국집회 단상에 보였던 사람이 아니다.

얼굴 내밀 용기 없음은 둘째 치고라도, 활동비 지원 몇 푼에 대한 리스크조차 피하려는 얌체들.

돈 문제가 아니라 애국심 문제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건 자기 돈을 그렇게 내놓고 그 소리를 하라.

그 좋은 애국심에 왜 자기 돈 놔두고 우리 돈 먼저 거덜내먹으라는 것인가.

우리가 그들만큼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없는 것이다.

돈도 주지 않으면서, 무슨 자격으로 감히 감 놔라 배 놔라 식인가?

아직도 예전의 영화를 들이밀면 상전이라도 되는 양 상하관계로 착각하고 건방지게 구는 것인가?

안 그래도 아스팔트 우익은 이제 밥이라도 사주면 겨우 모여 줄 극소수 중늙은이 밖에 안 남았다.

게다가 젊은 우익들은 생업전선으로 복귀할 수밖에 없어 거의 전멸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그래서 우익에는 며느리보다 시어머니가 많은 기이한 꼴이 되었으며, 차세대 육성은 아예 꿈도 못 꾼다.

이렇게 며느리가 모자라는 판국에 보태주지도 않는 주제에 무슨 시어머니 노릇인가.

시부모 봉양하다 거덜 난 가난한 며느리에게 반지 자랑하는 시어머니도 아니고, 살림 잘하면 주겠다고 약 올리는가.

그래서 아스팔트 우익들에게 당부하노니,

행여 과거 우익시절 세도가들이 돈도 안 주면서 제의하는 게 있거든 절대로 믿지 말라는 것이다.

최소한 현찰 뭉치라고 갖고 와서 ‘내가 누군데 보안을 지켜달라’며 제의하는 게 있거든 따라주든지 말든지 하라.

그렇지 않으면 이러한 제의는 좌익보다 더 무서운 신종사기일 수도 있음에 주의하여야 한다.

우리도 장사 하루 이틀 하는 게 아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