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에서 26∼27일 열린 남북 적십자회담이 이산가족을 볼모로 삼아 대규모의 쌀과 비료를 달라고 한 북한측의 요구 때문에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1세대 이산가족이 대부분 6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서로 생사도 모른 채 남북으로 흩어져 살아온 70대 이상의 고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봉기회 확대는 새삼스럽게 인도주의라는 표현을 하기도 민망한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다. 그럼에도 북한 정권이 대규모 대북 지원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반(反)인륜적 범죄집단임을 자인하는 짓이다.
이번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북측은 쌀 50만t과 비료 30만t을 요구하고, 이것이 상봉 확대 논의의 전제임을 분명히 했을 뿐만 아니라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까지 요구했다. 대한적십자사에 상봉을 신청한 이산가족은 9월말 현재 12만8232명이지만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지연하는 바람에 35.1%인 4만4940명이 사망했고, 생존자 8만3292명의 연령별 분포는 90대 이상 5.5%, 80대 34.9%, 70대 36.6%로 70세 이상이 77%를 차지하고 있다.
북한의 터무니없는 요구를 들어주다가는 매달 100명씩 상봉기회를 갖더라도 70년이 걸린다. 사정이 이런데도 북한 정권은 이산가족 상봉보다는 각종 도발 책임은 회피하면서 쌀과 비료를 더 많이 얻어내는 데만 누이 빠져 있다. 이런놈들을 같은 민족이라고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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