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펌]"새 사학법"의 악법성
우리나라는 개인이나 공공단체가 학교법인을 설립해 교육사업을 할 수 있다.
다만 학교 경영은 일반 기업과는 달리 공익성 때문에 교육당국의
지시와 감독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개정 사학법이 논란을 빚는 것은 학교법인의
학교 경영 의사결정 구조의 근간인 이사 선임권을 제한하면서
헌법에서 보장된 재산권을 크게 훼손하고 있는 점 때문이다.
학내 문제로 파행 운영되는 사학법인에 교육부가 파견한 임시이사는
기존 이사들과의 협의없이 정이사를 선임해 학교법인의 지배구조를
바꿀 수 없다는 서울고법 민사5부의 판결은 학교법인의 헌법상
기본권과 자율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상지대 사태는 1992년 김문기 전 이사장이
학교 돈으로 부동산 투기를 하고 교비를 횡령하는 등 학교를 파행적으로
운영했다며 교수와 학생들이 그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그 후 관선이사가 재단에 파견돼 학교 경영권을 접수했고,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김씨는 재단 소유권을 돌려 줄 것을 요구했다.
재판부가 김씨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설립자나 기존 이사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전체 이사 수의 4분의 1을 개방형 이사로 강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 사학법 재개정에도 영향을 줄것으로 보인다.
개정 사학법은 이사 취임 승인 취소와 임시이사 파견 요건을 크게 완화하고,
학교 운영권도 쉽게 넘길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기 때문에
상지대와 비슷한 사태가 빈발할 가능성이 커졌다.
아직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지만,
정치권은 사학법 재개정을 논의하기로 한 이상
사학의 재산권과 학교 운영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독소 조항을 제거하는데
주저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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