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고원자재가에 고환율로 국내 물가는 급등하고 서민들의 삶은 더욱 더 힘들어지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집권여당인 한나라당마저도 흔들리고 있어 실망이 크다. 11일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위원들은 고성을 주고받으며 회의장 바깥으로 집기가 넘어지는 소리까지 들렸다.
한나라당 지지율이 50%를 웃돌아 호남과 충청을 제외한 전국에서 한나라당 공천은 곧 당선을 의미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공천권을 놓고 치열한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이 보기에 과연 누구를 위한 공천경쟁인지 의문이 든다.
이번 공천에서 더 큰 관심은 총선 이후 당권의 향배에 모아지고 있다. 솔직히 지난 해 경선부터 지금까지 진행 중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갈등은 차기 당권 싸움의 성격이 강하다. 각 계파별로 4월 총선보다는 올 7월로 예정된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초미의 관심사다.
올 4월 총선 결과 자파 현역 의원의 수가 많을수록 당내 권력을 쥐기가 용이해진다. 또한 5년 후 차기대권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 대선을 앞두고 필요할 때는 동반자 찾다가 정권을 쥐자 공천에서 또다시 오만한 행동들이 튀어 나온다면 정치적 배신행위로만 비춰진다.
12일 영남권 공천 결과를 예의주시하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급히 기자회견을 가졌다. 친이계의 핵심인사인 이방호 사무총장 등이 친박 핵심의원 등에게 공천을 주는 대가로 50% 영남물갈이를 하기로 합의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황당하다. 이런 술수까지 난무하는구나하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당 공천 상황에 대해서도 기준이 없다며 그게 적어도 공당, 집권당으로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고 직격탄을 날렸다.
최근 어려운 경제난국에서 물가상승으로 국민들은 불안하고 힘든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나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각 계파간의 공천경쟁으로 파열음을 내고 있어 대선에서 밀어줬더니 권력 싸움만 하고 있다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내에서도 계파 공천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11일 각 계파의 실력자들은 공심위원들에게 일체의 압력이나 간섭을 삼가고 공심위가 공정하게 개혁적 공천을 완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에서 안정론으로 국회과반의석을 차지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집권여당인 한나라당 자신부터 안정되어야한다. 개혁공천으로 위장한 권력투쟁보다는 당내 단합이 우선 더 시급하다.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간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국민의 눈은 무딘 것 같아도 면도날처럼 예리하다. 경제난국을 헤쳐 나가라고 절대적 지지로 만들어준 권력을 소유물로 착각하여 붕당(朋黨)화 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그 여파는 총선에서 과반의석 확보를 어렵게 할지도 모른다.
국민의 지지를 잃어버리고 무리하게 당권을 장악한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미 열린우리당의 과거행적에서 또렷하게 알 수 있다. 탄핵정국에서 국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불과 몇 년 만에 산산조각이 나고 역사의 뒤로 사라져 버렸다.
정치지도자는 현실을 직시하는 지혜를 겸비하여야 한다. 자파 이익만 추구하느라 대국을 망치지 않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이제 한나라당의 오만과 실책으로 견제론을 주장하는 민주당에 기사회생의 찬스를 만들어 주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한나라당은 4월 총선을 당내화합의 시작으로 삼아야 한다. 만약 계파싸움으로 국민의 지지를 상실하고 과반의석을 얻지 못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5년 임기동안 어려운 세월을 보내야만 할 것이다. 국가발전을 위하여 한나라당은 투명하고 합리적인 공천으로 계파 간에 화합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데일리안 논설위원 [김용주 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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