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 문제를 놓고 야권의 총리 해임안 제출 사태까지 번지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말을 아껴왔던 이명박 대통령이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 이명박 대통령이 9일 오전 청주시 충북도청 열린 2010충북업무보고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업무보고 형식을 빌어 충북지역에 직접 방문하면서 세종시 수정안의 여론 설득잡업에 직접 총대를 메고 뛰어든 것.

이명박 대통령은 9일 청주시 충북도청에서 열린 충북도 업무보고에서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정치적으로 계산하고, 정치공학적으로 생각하면 발전할 수 없다"면서 “지역도 경제적 사고를 갖고 미래지향적으로 하는 지역이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장 잘 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치고 다시 싸운다”고 지적한 뒤, “강도가 왔는데도 너 죽고 나 죽자 하면 둘 다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고 야권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 등 ‘세종시 수정안 반대파’에 대해 우회적인 비판을 가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든 나라와 위기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전쟁을 하고 있다”며, “우리끼리 싸울 시간도, 여력도 없고 세계와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화합’을 역설했다.

‘전 세계 금융위기’라는 ‘강도’가 왔음에도 여권 내 갈등이 더 격화되고 있는 현 상황을 비유한 것으로 해석된다.

“충북, 세종시 피해지역 아닌 수혜지역”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세종시가 들어서면 특히 오창, 오송 지역은 과학 비즈니스 벨트로 먼저 터를 닦아 놓고 준비를 해둔 곳이어서 어느 지역보다도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며 충북 숙원사업 해결 등 역차별 우려 해소를 위한 ‘당근’책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준비가 돼 있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곳을 지원할 것”이라며 오창·오송 경제자유구역 지정해 청주공항 MRO(항공정비산업) 및 관련산업단지 조성, 청주공항-천안 구간 전철 연결사업에 대해 즉각 시행에 착수할 것을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세종시 건설 이후 물류중심이자 IT, 바이오, 태양전지 등 녹색성장 거점으로 미래 발전이 예상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 대통령은 “어느 곳이든 미래지향적으로 하는 곳에 지원하고 싶고, 또 그런 곳이 성과가 나온다”며 “그것이 지역 발전이면서 대한민국의 발전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최근 여권 일각의 국민투표 방식 제안 등 이른바 ‘세종시 출구전략’이 대두되고 상황에서 ‘끝까지 설득해 세종시 수정을 관철시킨다는 의지’로 해석돼 앞으로의 세종시 논란의 향배가 주목된다.

독립신문 김봉철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