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화를 본 적이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먼 바다로 낚시를 나갔다. 아들의 낚시에 아주 큰 고기가 걸렸다. 아들은 손바닥에 피를 흘리면서 고기와 싸웠다. 아버지가 애타게  지켜보면서도 내가 도와줄까 이런 말 하지 않았다. 지켜보는 마음이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나의 아들, 너는 할 수 있지?” “그럼요, 아빠, 할 수 있어요” 아들이 곧 뱃전을 넘어갈듯 해도 아버지는 아들을 예의 주시하면서 여유를 보인다. 결국 아들은 해냈다. 손바닥에 피가 흐르고 손바닥이 흉하게 상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매너다.

오늘 수많은 보도들이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다녀오기 전에 예고했던 대로 큰 그림을 그렸다. 그 큰 그림이 오늘 발표된 것이다.

[이 대통령은 22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중도 강화론'을 새롭게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좌·우, 진보·보수 등 이념적 구분을 하는 것 아니냐"며 "사회적 통합은 구호로만 되는 것이 아니며 우리 사회 전체가 건강해지려면 중도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촛불정국 때처럼 또다시 좌우 갈등 구조에 함몰될 경우 국정 운영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표현이다.](쿠키뉴스)

대통령은 작년의 촛불시위를 좌우갈등으로 표현했다. 좌도 우도 아닌 중도세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다른 신문을 보면 우익과 거리를 두겠다고도 했다.

작년의 촛불시위가 좌우익의 대결에서 촉발됐다고 하는 대통령의 판단은 사실이 아니다. 이는 우익과의 거리를 두겠다는 말과도 일치한다. 대통령은 우익의 힘으로 대통령이 된 것이 아니라 그가 내걸었던 중도 실용주의를 지지하는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이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좌익과 우익을 동일선상에 두고 좌익과 우익을 멀리 하면서 중도세력을 더욱 키워 나가겠다고 한다.

이에 우익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우선 우익과 좌익이 무엇인가에서부터 생각해보자. 최근의 역사에서 우익과 좌익 중 어느 ‘익’이 먼저 생겼는가? 김대중이 집권하면서부터 좌익이 먼저 생겼다. 김대중이 나라를 북한에 갖다 바치려 하자 그럴 수는 없다 하면서 나선 사람들이 생겼다. 김대중 파와 반-김대중파가 최근사에서 처음으로 생긴 것이다. 이것이 이름으로 쉽게 부른 것이 좌익과 우익이었다. 좌익은 유럽식 좌익이 아니라 북한과 연계된 적화통일 세력이고 우익은 적화통일을 저지하려는 사람들의 대명사가 됐다.

그런데 이명박은 이런 것을 모른다. 이 땅이 생기면서부터 좌익종족과 우익종족이 별종들로 존재했다고 생각한다. 이명박은 대부분의 국민은 좌익도 우익도 아닌 중도라고 인식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 것이다. 우익은 나라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더러는 조선과 동아가 그토록 강조하고 역설하는 CEO 대통령 감인 줄 알고 동아-조선에 속아서 이명박을 찍었고, 더러는 빨갱이 정동영에게 주느니 거짓말쟁이인줄 뻔히 알면서도 이명박을 찍어준 것이다. 그런데 천진난만한 이명박은 이를 모른다.

잘잘못은 후에 가르기로 하고, 우익은 우선 이명박 대통령의 뜻에 따라 그로부터 멀리 서 있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낚시대를 잡은 미국의 어린이보다는 어른이다. 어른이 아니라 대통령이다. 한국인들의 사고방식 중 고쳐야 할 것이 여럿이겠지만 다른 사람의 능력과 판단을 존중해주지 않는다는 점이 그 첫째일 것이다. 우리는 대통령의 판단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그는 지금 작년의 촛불시위가 좌익과 우익간의 싸움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좌익도 우익도 싫다고 했다.

우익들은 그의 이 뜻을 존중하여 아무리 안타깝다하더라도 그로부터 멀리 떨어져 앞서의 미국인 아버지가 어린 자식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지켜보듯이 지켜만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 좌익들은 우익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MB를 공격한다. MB를 공격하는 것을 놓고 우익들은 우익을 공격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그 착각에 우익이 MB를 막아주니까 MB는 우익이 고마운 게 아니라 좌익과 싸우는 이상한 패거리로 인식한다.

앞으로 이명박을 도와주는 사람들은 중도인 사람들이다. 대한민국에 중도가 과연 존재하는 것인지 우익은 물론 이명박도 반드시 확인을 해야 한다. 이명박이 깨우치고 도움을 청할 때까지 우익은 MB가 아무리 좌익들로부터 공격을 받는다 해도 그가 해내도록 그냥 두어야 한다. 그가 도와달라 할 때 비로소 우익은 그를 도와야 할 것이다.

앞으로 우익은 좀 거친 말로 촐랑대지 말고 무겁게 자리를 지키고 이명박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한국은 우익이 한동안 침묵하고 조용하게 앉아있다 해서 망할 나라가 아니다. 우익은 한동안 나서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래도 나서는 우익이 있다면 그 동기는 애국이 아니라 주판알일 것이다.         

      
2009.6.23.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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