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미국의 전 대통령 빌 크린톤을 맞아 환대해 주고 억류하고 있던 두 여기자를 석방하는 쑈를 벌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소를 머금고 주도한 쑈는 미국과 유화적인 관계를 맺고싶다는 신호를 보내는 데 그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핵실험과 미사일발사로 겁을 주면서 거듭해 왔던 강성대국을 건드리면 보복을 받을 것이라는 공갈을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다는 어려운 사정을 스스로 폭로한 것이다.
북한은 남한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맞아 또 하나의 쑈를 보였다. 그러나 두 번째 쑈는 첫 번째 쑈와는 달랐다. 첫 번째 쑈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얼굴에 미소가 있었으나 두 번째 쑈에서는 없어졌다. 첫 번째 쑈에서는 손님인 빌 크린턴의 얼굴에 미소가 없었으나 두 번째 쑈에서는 손님인 현정은 회장의 얼굴에 화사한 미소가 피어 있었다. 그러나 쑈의 목적은 달라보이지 않았다. 유화적인 관계를 맺고싶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상대가 미국이 아닌 한국이라는 점이 달랐다. 그 신호에는 남한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어려운 사정을 스스로 폭로한 대목이 첨가되어 있었다.
두 번째 쑈에서 현대그룹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사이에 합의된 금강산관광사업 재개, 군사분계선 육로통행 원상복구, 개성관강 재개, 백두산관광 준비사업 추진, 이산가족상봉 등 5개 사항이 모두 북한의 돈줄과 연관되어 있다. 북한은 그 돈줄을 잇기 위해서 두 번째 쑈를 벌여 스스로 어려운 처지에 있음을 폭로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스스로의 어려운 처지를 표현한 방식은 상식을 벗어난 것이었다. 현대그룹과 아태평화위원회가 내어 놓은 공동보도문에서는 양자 사이에 이루어진 합의가 김정일 위원장이 현정은 회장의 청원을 받아들여 모두 풀어준 데 따른 것이라고 되어 있다. 남북문제는 남한이 청원을 하고 북한이 풀어주어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며 북한이 남북문제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그 엄포에서 북한이 핵폭탄을 안고 있다는 과시가 비치고 있었다. 그러면서 북한은 "동포애의 정이 넘치는 따뜻한 대화"였다고 엄포를 포장했다.
두 번째 쑈를 통해 남한이 절대로 놓쳐서는 안될 대목이 북한의 허위성과 이중성이었다. 그러나 남한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을 서두르는 등 북한에 말려들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남북통일문제를 실리 있게 푸는 데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대북강경정책을 고수하도록 요청하고싶다. 남한의 강경대책과 미국의 제재로 북한이 어려운 처지로 몰리고 있다는 현실을 중시하고 북한이 허위성과 이중성을 벗고 진정어린 동포의 정으로 협조를 구할 때까지 더 기다릴 것을 요청하고싶은 것이다.
굶주림을 겪고 있는 북한동포들의 고통과 이산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을 달래주어야 한다는 일시적인 유혹에 빠져서는 안될 것이다. 북한동포들이 항구적으로 굶주림을 면하고 이산가족들이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희망적인 미래를 더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때이다.
북한의 두 번째 쑈에 관련된 언론보도의 내용도 널리 검토되기를 요청한다.
금강상관광사업은 공식적으로 시발된 것이 아니었다. 현대그룹이 김정일위원장의 허락을 받고 남한정부의 양해를 얻어 시발된 것이다. 관계자의 신변보장이나 수익보장이 공식적으로 합의된 것은 아니었다. 그 결과로 금강산에서 남한의 관광객이 사살당하는 사고가 빚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에 대한 사건경위조사에 협조해달라는 남한정부의 요청을 북한이 거부함으로써 중단상태에 있는 것이다. 국가의 위신이 걸리고 국민들의 원망이 걸려 있는 사업이다. 북한의 공식적이고 성의 어린 협조로 국가의 위신을 지키고 국민의 원망을 풀어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형정은 회장은 이와같은 선결문제를 도외시하는 무분별과 무모함을 보였다. 더구나 선물까지 준비해서 다섯 차례나 일정을 바꾸면서 김위원장을 만나 다소 비굴하다는 인상도 주었다. 뿐만아니라 딸까지 대동해서 국가의 중요사업과 가족나들이를 가리지 못하는 몰염치도 보였다.
그러나 한국의 언론은 현회장을 뚝심의 여자로 치켜 세우고 남북간 소통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했다. 북한에서의 현회장 체류일정을 추적해서 철저히 요인대우를 한 정말 한심스러운 보도도 있었다. 한민족의 유구한 번성이 남북통일에 매달려 있다는 남북통일의 중요성과 남북간의 현안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그와같은 보도는 나올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의 언론들이 그와같은 보도를 내어놓고 국민들을 잘못 이끌어 나가는 과오를 반성하지 않는다면 북한이 남한을 얕잡아보는 꼴불견도 그치지 않을 것이다.
www.http://blog.joins.com/khangh에 들려주시기를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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