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옛날
배고픈 먹돌이가 밥상머리에 앉아
숟가락과 포크를 들고
된장국 한그릇 먹고
소고기 한 점, 오이 열 두개, 찐 달걀 28개, 장아찌 15개, 삶은 감자 9개 먹고나서,
닭다리 튀김 32개, 돼지다리 하나, 소등심 한짝,
꽁보리밥 2그릇, 간장콩 열 사발, 우유 네 컵, 팥죽 8그릇, 녹두 빈대떡 9장에 더하여 숭늉 11대접 마시고,
그 뒤에 먹을 수 있는 것은 다 먹고,
상 위에 찌개 국묵를 부은 다음에
밥상마저 먹어 치운다.
그의 부모가 말했다.
'얘, 멍청한 짓, 그만둬!"
그러자 먹돌이는 입을 딱 벌리고 식구들을 몽땅
'꿀꺽!" 다 먹어 치웠다.
그 다음에 자기 집을, 나무와 벽돌 채로 다 먹어 치웠다.
20명의 순경이 쫓아 와
"그만 먹고 멈춰!"
먹돌이는 입을 쩍 벌려 경찰까지 "꿀꺽!" 삼켜버렸다.
군인들이 탱크를 앞세우고 총을 들고 쳐들어 왔다.
먹돌이가 말했다.
"날 당해내겠다고?"
씩 웃으며 입술을 핥더니 군인들을 모두 먹어 치웠다.
대통령이 폭격기들을 몽땅 출격시켰다.
먹돌이는 태연히 목을 뒤로 젖히더니,
비행기를 삼키고 폭탄들을 씹었다.
그는 마음을 먹고 도시를 먹고........먹고, 먹고 또 먹었다..
그 다음에 말했다.
'우리나라를 깡그리 먹어치우겠다."
그래서
그는
먼저 부산을 먹고 마산을 삼켰다. 그 다음엔 광주를 씹었는데....왠지 떫떠름했다.
그는 대구와 대전을 먹고 서울을 몽땅 털어 넣었다.
목에 좀 걸리자 한강물을 몽땅 마셨다. 그리고 개성 먹고 함흥도 먹고 평양도 먹고 신의주도 먹고나서
그는 마을마다 도시마다 한 사람도 남기지 않고 다 먹고나서
옷소매로 입을 쓰윽 닦고서는
세계를 먹으러 나섰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유럽의 교회들을 몽땅 먹어 치웠다. 모스크바도 빠뜨리지 않고 먹고
아프리카 풀들과 남극과 북극의 얼음도 깡그리 먹었다.
그는 브라질 산들을 다 먹고나서,
한 술 더 떠 간식으로 우주를 먹겠다고 덤볐다.
달과 별까지 다 먹어치우자, 구름도 삼키고 바람을 빨아들이고, 해를 오물거렸다.
이런 다음에
차고 어두운 공간에 주저 앉아
제 발을 씹어먹기 시작했다.
다음에는 다리를, 제 궁둥이를, 그 그 다음에는 제 목을, 그 다다으므에는 제 입술을......
마침내 거기 앉아 그는 제 이빨을
우두둑우뚜뚝
씹었다.
왜냐하면 먹을 거라곤
아무 것도, 더 어떤 것도,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에
우두둑 오도독!
자신의 머리카락까지
끄집어 당겨서는
국수 면발처럼
이빨 빠진 입에 몰아넣고서
오물오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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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글은 '미국인인지 영국인인지는 모르지마는 걸프전 때의 '쉘 실버스타인' 詩,
(아마도 풍자시인듯 합니다.)윤구병 번역 글을 약간 바꾼 것입니다."
*세상은 역설이어서
같은 사람끼리 죽이고 죽는 때를 대비하면서 먹고 사는 군인만큼 인류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없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전쟁이 나면 인간들이 어떻게 변하게 되는 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다름아닌 군인들이기 때문이라나요, 어쩐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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