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연분' 자극좇다 신선함 쫓았다
MBC <천생연분>은 이른바 '짝짓기 프로그램'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방송3사를 통틀어 시청자들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끌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이로 인해 방송 초기 연예인 섭외에 전 스태프가 고역을 치른 것과 달리 최근에는 출연하고 싶다는 연예인이 줄을 서 오히려 제작진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다만 '지난해 방송 초기에 비해 신선함을 잃어 간다'거나 '너무 선정적인 분위기로 이끌어 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것이 문제. 특히 신인들의 적극적인 태도가 너무 지나쳐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 <천생연분>은 모 대학교 동창회?
지난달 24일 MBC 여의도 스튜디오 <천생연분> 녹화장에는 MC 강호동을 비롯해 14명의 출연자가 모였다.
이날 가수 김건모와 박용하가 빅게스트로 출연한 가운데 새로운 출연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중 고정출연 중인 김흥수와 새로 투입된 신인탤런트 김성은, 4인조 댄스그룹 멤버 장민경, 영화 <싱글즈>의 한지혜, 신인가수 세븐 등이 모두 현재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 재학생이다. 한지혜와 세븐은 올해 입학하는 새내기.
MC 강호동도 이런 사실을 미리 알았는지 두 사람씩 묶어서 소개해 "이번 <천생연분>은 동창회 분위기가 난다"는 이야기가 무대 주변에서 조용히 들려 왔다. 하지만 이날 5명의 동문들은 프로그램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위의 칭찬을 받았다.
# 목숨 걸고 분위기 띄우는 신인들
<천생연분>에서는 7쌍의 남녀가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여러 해프닝들이 시청자들의 폭소를 자아낸다. 그중 최고의 관심사는 오프닝 신고식. 최근 비중이 커진 신인들의 출연으로 시청자들은 신선함을 만끽한다.
김성은은 자신의 로드매니저와 호흡을 맞춰 엽기적인 댄스를 선보였는데, 이는 제작진과 출연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또 장민경의 바이올린 춤, 한지혜의 다분한 '끼'를 보여준 현란한 댄스 등 근래 보기 드문 이색적인 오프닝을 장식했다.
다만 방송 초기와 달리 좀더 많은 신인들이 새로 투입되면서 방송가에서는 "KBS <자유선언 토요대작전> '산장미팅'과 다를 바가 없다"는 뼈있는 말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여성 출연자들이 전문 안무가의 도움을 받아 철저히 연습하고 준비하는 모습이 기특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과감한' 의상을 입고 남성 출연자의 호감을 유도하기 위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스처를 보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짜고 치는 고스톱?
거의 모든 TV 프로그램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마는 말할 것도 없고 예능프로그램 역시 '대본 플레이'에 따른다. 완벽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사전준비를 철저하게 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의도에 맞춘 '조작'이 횡행한다는 것. 그동안 킹카와 퀸카의 최종선택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투표 결과를 사전에 결정하는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
출연자가 먼저 몇회 혹은 몇개월 출연할 것인지를 매주 반응에 따라 정하고, 더 이상 출연하기 어려울 때 킹카나 퀸카로 뽑아 자연스럽게 빠지도록 하는 작전이 대부분. 물론 재미없는 출연자는 2주 후 바로 빠지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24일 녹화분 역시 그랬다. 박용하와 빈을 킹카와 퀸카로 만들기 위해 투표단계에서 조작한 것. 실제로 정소영과 김성은은 김건모를 찍고, 김건모와 세븐은 김성은을 찍었다. 하지만 결과는 김건모의 경우 1표, 김성은은 0표를 얻었다. 이날 출연자들은 전광판에 표시된 투표 결과를 놓고 서로 의아해했다.
잘되고 있는 잔치에 '초'를 치고 싶지는 않지만, 인기 프로그램인 <천생연분>의 부정적인 측면을 간과할 수만은 없는 일. 시청자들뿐 아니라 방송 관계자들까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런 문제들은 재고할 여지가 있다.
글·사진〓문용성 기자 ysm@h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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