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진보단체들 "사립학교법 흔들지 말라" 제동
개정 사립학교법을 철폐하고 재개정하라는 개신교계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19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학교 폐쇄라는 초강경 카드를 빼들고 정치권을 압박한 개신교 지도자들이 20일에는 집단삭발을 통해 사학법 재개정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천명하고 나섰다.
삭발식에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을 역임한 이용규 목사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측 총회장을 역임한 김동권 목사, 김종채 한국기독공보사장, 박노원 한국장로회출판사장, 김용관 교목협의회장 등 30여 명이 삭발에 참여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 총회장 이광선 목사는 '기독교인들은 함부로 삭발을 선택하지 않을 뿐 아니라 즐기지도 않는다'고 전제하고 '오늘 우리의 삭발은 사립학교만을 위한 것은 아니며 신앙과 선교의 자유를 침해됐을 때 순교로 맞섰던 신앙 선배들의 정신을 이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삭발식에 이어 11시부터는 같은 장소에서 이정익 목사 등 개신교 교단장 10여 명도 개방형 이사제 완전철폐 등을 요구하며 단식기도에 들어갔다. 이들은 임시국회가 끝나는 21일까지 단식기도를 계속한다.
개신교 지도자들은 삭발과 단식 기도에 이어 21일에는 영락교회에서 만여 명의 인원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는 목사·장로 비상 기도회를 열어 개정 사학법 철폐에 대한 요구 수위를 더욱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종교계 또 다른 한편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를 비롯해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등 종교계 6개 진보단체는 19일 성명을 내고 보수 종교 단체들이 더 이상 사립학교법을 흔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그동안 사립학교가 이사장 친·인척과 측근들로 이사회를 구성해 독선적인 운영을 해왔으나, 뒤늦게나마 사학법이 개정돼 이 같은 문제점을 바로잡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들 종교계 진보단체들은 따라서 ‘개정 사학법에 명시된 개방형 이사제는 반드시 지켜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대표적인 개신교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는 7개 회원교단 가운데 예장통합과 감리교 등 4개 교단 총무들과 함께 청와대를 방문해 개방형 이사제의 개정을 요구하는 서한을 이정호 시민사회수석에게 전달했다.
교회협의회 권오성 총무는 개방형 이사제 도입 문제와 관련해 ‘종교계 사학의 경우 개방형 이사 추천권을 사학 설립자가 소속된 종단 혹은 교단에게 개방형 이사 추천권을 부여해야한다’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사학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학원선교의 자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사학법을 둘러싸고 여·야 정치권 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교회협의회의가 제시한 이 같은 절충안이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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