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예측 중 틀린 게 하나 있다.
그것은 박근혜 정부가 대북심리전의 일환인 대북방송을 안할 것으로 예단한 것이다.
목함지뢰 도발을 당하고도 이희호를 북한에 보내면서 별도로 북한에다 대화제의를 한데다가, 대북방송용 마이크마저 12곳 중 2곳 밖에 작동하지 않더라는 뉴스도 있었고, 애국시민단체들이 하는 대북전단 날리기를 막겠다는 데서 그렇게 판단했는데, 이번 포격대응을 보고선 대북방송을 실행했음을 알고선 나의 예단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어쨌든 박근혜 정부를 불신하는 가운데서도 최근 들어 우리사회의 긍정적 변화 몇 가지가 나타난 것은 사실이다.
우선, 이번 8월15일 청계천 광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건국 67주년 기념 국민대회』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첫째, 단상에 행사명칭 표기를 “광복 70주년”이 아닌 “건국 67주년”이라고 명기한 점이다.
둘째, 건국의 아버지이신 이승만 대통령의 초상을 새긴 플래카드를 행사장 하늘에 애드벌룬으로 띄워 올린 점이다.
셋째,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새누리당 중진들이 다수 참석하여 “건국절 제정”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역설한 점이다.
넷째, 우리 사회 모순의 원초적 계기인 5.18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계몽하는 뉴스타운 호외지가 시스템클럽 회원들에 의하여 널리 배포된 사실이다.
상기의 사실에 대하여 따로 해설을 붙이지 않겠다. 모르는 사람은 반대하는 사람이니까.
그 다음으로 8월20일 국가적 경사가 생겼다는 점이다.
첫째, 한명숙 전총리가 뇌물수수로 징역2년 확정판결을 받았다는 점이다.
지긋지긋하게 굴다가 은근슬쩍 넘어가려던 일이 애국시민단체와 논객들의 지속적인 재판 속개 요구와 지적 덕에 그 불꽃이 꺼지지 않아 이러한 결실이 맺어진 것으로 본다.
둘째, 북괴가 휴전선 근방에서 우리 측에다 14.5mm 고사기관총과 76.2mm 포로 대북방송을 저지하려는 도발을 저질렀는데, 우리 측에선 1시간여 틈을 두고 155mm 포탄 30발 정도를 북으로 선물한 모양이다.
(필자도 이 일을 계기로 대북방송을 안할 것으로 예단한 것이 틀렸음을 알았다.)
목함지뢰 도발 이후 또 예전처럼 예의주시만 하다가 눈깔 빠질 때쯤이면 또 당하는 우를 범하나 여겼는데, 어떻게 제대로 걸린 모양이다.
대응방식에 대하여 부족한 점을 지적한 것도 많지만, 그래도 일단 저들의 도발에 대하여 되갚아준 게 어딘가.
헌데, 8월22일 들어서 매우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또 양치기소년 같은 일 발생한 것이다.
하루 종일 북괴의 전쟁발발 가능성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괴롭히더니 결국 남북접촉이란다.
북괴가 대북방송 중단을 요구하며 8월22일 오후 5시까지 우리측에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군사적 조치를 취할 거라면서 특수전 병력을 전진배치 시키고 김정은이 긴급회의를 주제하는 장면을 연일 조선중앙방송에서 내보내는 등 일촉즉발의 전쟁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그래서 필자는 지금까지 작계50XX 시리즈의 공통요소인 반격통일을 할 절호의 기회라고 보았다.
도발하는 쪽에게 시간 선택권을 준 반격통일이란 게 실로 어려운 것이므로, 우리 군의 전열이 정비되고 사기가 오른 상태에서 북괴의 도발이 발생하여 전쟁분위기가 고조되었을 때가 아니면 반격통일의 기회는 없기 때문에 제발 이 좋은 빌미를 활용하여 전면적으로 선제타격하기를 학수고대했다.
그런데, 이러한 기대를 저버리고 8월22일 오후6시에 판문점에서 남북고위급 접촉을 한단다.
그리고 알고 보니 8월20일 우리가 북측에 선물한 155mm 포탄이 36발이 아닌 29발이었고, 그것도 북한의 GP에 직접 타격한 게 아니라 GP와 GP사이의 공터에다 쏟아 부었다는 것이다.
또한 8월22일 오후 5시를 시한으로 최후통첩이 어쩌고 하며 그렇게 전쟁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극적으로 오후 6시에 판문점 남북접촉을 이끌어 낸 게 실은 그 전날인 8월21일 북괴의 회담 제의에 우리가 수정회답으로 이미 합의 해놓은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전쟁분위기를 고조하여 남북접촉을 한 8월22일은 정부가 북괴와 짜고 국민을 우롱한 노이즈마케팅 사기란 말인가.
더욱더 국민을 우롱한 것은 메르스 사태를 빌미로 방미를 연기한 박근혜 대통령이 북괴의 전쟁발발가능성으로 워치콘인지 진도개 같은 무슨 뜻인지도 모를 상황을 발령하고 군복 입은 모습을 연출하며 국민을 잔뜩 긴장시킨 상태에서 9월 3일 중국 전승절 방문에 대한 취소가능성 뉴스가 일절 뜨지 않더란 거다.
포문 열어놓은 상황에 중국에 왜 가냐 했더니, 그게 사기였단 말인가.
이런 건 북풍조작 아닌가 말이다.
한미연합 훈련에 미국의 스텔스기 참가가 어쩌고, 이번 대북응징에 미국의 항공모함 지원이 어쩌고 하며 한미동맹 이름 팔아 실컷 우방을 농락한 것은 또 어떻고!
여하튼 주둔군에서 기동군으로 변신을 시도하는 미군의 추세에다 이번에 남북간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 바람에 한미동맹은 더욱 약화되었다고 본다.
이번 남북접촉은 동맹국인 미국조차 우롱한 것이다.
어차피 전면전 발발할 배짱도 없는 북괴와 공갈싸움만 연출하다가 통일의 기회만 날려버리고 국민과 우방에 대한 신뢰만 날려버리고는 지루한 말장난으로 남북간(?)에는 서로 무슨 대단한 위기극복의 묘미를 발휘한 것처럼 서로 내부적으로 떠들어 댈 게다.
회담? 뻔하지 않나. 또 시간끌기지 뭘 기대하는가.
더하여 이럴 때마다 약방의 감초 같이 등장하던 이재오가 조용한 것도 또 무슨 꿍꿍이가 물밑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할 뿐이다. <끝>
<부추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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