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 개방형 이사제 철회해야
열린우리당이 사립학교법 개정안 가운데 개방형 이사 제도 도입과 관련해 종교재단 사학에 대해서는 특혜를 주는 방향으로 법안을 조정키로 했다고 한다. 여당의 개정안은 '학교 법인은 이사 정수의 3분의 1 이상을 학교운영위 또는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하는 인사로 선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종교재단 사학은 종교적 건학이념에 맞는 인사만 개방형 이사로 임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단서를 둔다는 것이다.
이는 종교계 사학과 나머지 사학 사이의 형평성을 무시한 편법이다. 현재 사립 초.중.고.전문대.대학은 1919곳이고 이 가운데 종교계는 455곳이다. 종교계 사학은 교리에 바탕을 둔 교육이념에 따라 육영사업을 하고, 일반 사학은 사학 건립자 나름으로 추구하고 실천해 온 건학 이념에 따라 학생을 교육하고 있다. 두 사학 간 교육의 질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다. 전체 사학에서 일반 사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여당이 어떤 근거로 종교계의 건학 이념은 존중해 주고 일반 사학의 교육정신은 무시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여당은 족벌 형태인 사학의 부정을 근절하려면 학부모.교사.교수가 선출하는 개방형 이사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종교계 사학이라고 비리가 없을 리 없고, 일반 사학이라고 모두 불법 투성이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굳이 개방형 이사제 적용에 차이를 두려는 것은 결국 종교계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계산에 지나지 않는다. 종교계가 종교집회와 옥외행사를 통해 개정안 반대운동을 벌이고, 점차 반정부 움직임으로까지 확대되는 게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그래서 여당이 종교계 학교는 제외해 주겠다고 나선 것 아니겠는가. 종교계 사학과 일반 사학에 대해 차별적인 대우를 하겠다는 것은 법 집행의 형평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사학의 자율성은 보장돼야 한다. 사학의 부정은 기존의 법으로도 얼마든지 제재가 가능하다. 열린우리당이 계속 개정안을 고집하는 것은 교육계를 자신들의 이념 실천의 도구로 장악하겠다는 의도라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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