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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광주

잇단 부정에 학교마다 허탈
일부 함구령속 분위기 황량
‘빛고을’ 광주가 ‘빛’을 잃고 있다.

높은 진학률을 자랑하며 명문으로 이름을 날리던 광주시내 고등학교들이 잇따라 입시부정의 오명을 뒤집어 쓰자 해당 학교들은 허탈한 표정이 역력했다.

‘선수’(성적 우수자)와 ‘중계 도우미’ 등 가장 많은 부정행위 가담자(42명)를 ‘배출’한 ㄱ고의 한 교사는 23일 “예상은 했지만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또 다른 교사는 “고3 담임을 맡으면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 ‘앞서가’ 따라가기 어렵다”며 “고3 담임의 ‘운명’으로 받아 들이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함구령’까지 내려졌다. 부정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 한 고교 교사는 “교장선생님이 지난 21일 잘 모르는 내용을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함구령’을 내렸다”며 답답한 학교 분위기를 전했다. 3학년 담임 교사들도 아예 휴대전화를 꺼놓거나 전화를 받아도 ‘바쁘다’, ‘아무 것도 모른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고 있다.

부정행위와 상관 없는 학교들도 몸을 사리기는 마찬가지다. ㅅ고 김아무개 교사는 학교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우리 학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다른 학교에 알아보라”며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기말고사를 치르고 있는 몇몇 학교는 학생들이 일찍 귀가해 가뜩이나 썰렁한 학교에 황량함마저 감돌고 있지만,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책임론을 아프게 지적하는 교사도 있었다. 38명의 학생이 연루된 ㅈ고의 한 교사는 “큰 잘못을 저지른 학생들에 대한 징계를 내릴 예정이지만, 제자들을 벌해야 하는 스승의 마음도 편치는 않다.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김남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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