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침묵
선생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선생님은 갔습니다.
더러운 부패정치를 연장하기 위해 사과박스를 들고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면죄부를 받기 위해 갈 수 없는 나라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준비되었다고 거짓말한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 줌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지역패권이라는 첫 키스의 추억은 광신도, 홍위병들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선생님의 말씀에 귀먹고
비계살 선생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광신도 노릇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선생님과 홍위병의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광신도의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복받쳐 웁니다.
그러나 교주님과 광신도들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광신도의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노 아무개에게 들어부었습니다.
우리 광신도들이 정권을 잡을 때에 잃을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선생님은 갔지만 우리 광신도는
선생님을 보내지 아니 하였습니다.
슬픔을 못 이기는 광신도의 노래는
선생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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