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실패한 상징 조작

지도자는 상징으로 지휘한다. 대통령이 중도와 서민경제를 선언한 후 가장 먼저 국민을 향해 보인 상징은 떡볶이시식과 고아원방문이었다. 이런 행위는 리더십 상징이 아니라 선거용 상징이다. 요사이는 국민도 수준이 올라 재래식 시장에 가고 고아원 양로원에 가는 후보자에 대해서는 멸시의 눈길을 보낸다. 하물며 어렵다는 현재의 국정을 연필과 종이를 가지고 수학적으로 풀어가야 할 대통령이 그런 상징을 내놓으면서 국민에 보라 했으니 국민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이 무엇이었겠는가? “아직 멀었구먼!” 이런 것이었다.  

                                     한번 고용하면 영원히 고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박해야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노동문제와 전교조 문제다. TV에서는 상용자동차 문제와 비정규직들의 울부짖음이 연일 방송된다. 학교에서 음식을 만들던 비정규직, 대학교에서 잡일을 하던 비정규직들이 경영이 어려워 감원의 대상이 되자 “7년 동안 여기에 몸담고 열심히 일한 대가가 겨우 이런 것이냐” 하면서 울부짖으며 시위를 한다. 한번 고용하면 아무리 회사 사정이 어렵다 해도 정년까지 근무하도록 해주어야지 왜 중간에 나가라 하느냐는 주장인 것이다.

                                               경영은 사회사업이 아니다

이를 보는 사람들의 느낌도 다양할 것이다. 경영은 사회사업으로 하는 곳이 아니다. 경영이 어려워 사업 규모를 축소하는 경우도 있고, 사업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경우도 있고, 합치는 경우도 있다. 경영자의 판단에 따라 최적의 고용수준이 결정될 것이고 이에 넘치는 인력을 해고를 해야 기업이 살아남는 것이다. 이렇게 당연한 것을 놓고 무조건 “지금 나가라 하면 나는 어찌 사느냐”며 떼를 쓰는 것을 보니 이 사회가 비상식적으로 흘러도 너무 많이 흘러왔다는 생각이 든다. “7년 동안이라도 직장을 제공해 주었으니 그래도 다행이고 고맙다고 생각해야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쌍용자동차의 문제

쌍용문제도 이러한 것이다. 쌍용차는 37%(2,646명)의 인력감축을 발표했고, 이 2.646 명 중 50% 이상인 1,590명은 희망퇴직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런데 나머지 1,056명이 나갈 수 없다며 버틴다. 5월21일부터 평택공장을 점거했고, 5월26일부터는 사무직 등 비조합원의 공장 출입까지 막고 있다. 여기에 단골 좌파단체들이 합세하고 있다.
            
쌍용차 임직원과 살아남는 노동자들 3,000여 명은 기업의 장기 파업으로 인한 파멸을 막기 위해 6.월26일 공장 문을 뚫고 들어가 2일간 몽둥이로 대치했지만 부상자들만 내고 6월27일 밤 10시경에 철수했고, 경찰은 나왔다가 구경만 하다가 철수해 버렸다. 이로써 쌍용자동차는 기약 없는 장기 파업이 지속되고 있으며, 종국적으로는 기업이 해산돼야 할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남아 있는 4,000명의 일자리도 없어지고, 또 다른 수만 명에 이르는 하청업체들과 대리점 인력들이 일거에 일자리를 잃게 된다. 마음 나쁜 에이즈 환자처럼 모두 죽자는 것이다.    

이들은 인화물질로 가득한 도색 공장을 점거하고 있어 강제진압을 하게 되면 불을 낼 것이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그 정치적 파장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용산농성 사태를 기억하는 경찰은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구경만 하다가 철수했을 것이다.

                               대통령도 구경만 하고, 경찰청장도 구명만 하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아무 말이 없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여기에 경찰청장이 나섰다가는 “대통령 각하”에게 누를 끼치게 되고, 자신도 김석기처럼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노동부 장관이 나서서 해결할 수도 없다. 대통령도 나서지 않고, 경찰도 나설 수 없고, 노동장관이 나설 자리도 아니고, 쌍용의 경영진은 발만 동동 구르다 시간이 가면?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한다. 시간을 끌어 쌍용자동차가 망하게 되면? 이것이 바로 민노총이 바라는 바이며 민노총의 일대 승리가 되는 것이다. 민노총은 이 승리의 여세를 몰아 곧 다른 대기업을 똑같은 방법으로 쓰러트릴 것이다.

                                    대통령이 지금 당장 TV에 나와 해애 할 말

한시가 촉박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쌍용자동차는 쌍용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린 문제다. 대통령은 라디오에 나와 하나마나 한 “임기 중 대운하사업 안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할 것이 아니라, 쌍용문제와 비정규직 문제를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울부짖는 비정규직 퇴출자의 하소연이 무슨 뜻인지,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가 무슨 뜻인지 설명해야 한다. 이대로 가면 쌍용차의 운명이 어찌 될 것이며, 그 다음의 문제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가슴에 쏙쏙 들어가도록 설명하고 국민의 여론을 등에 업어야 한다. 그리고 이 길 밖에 없으니 국민 여러분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호소해야 한다. 그러면 단 몇 시간 내에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다.  

                    ‘대통령이 다 책임질 테니 경찰은 불법농성을 진압하라’ 빨리 명령해야

일단 국민의 여론을 얻은 다음에는 경찰청장에게 이런 명령을 내려 야 할 것이다. “쌍용자동차의 불법농성을 진압하라, 무슨 문제가 발생해도 대통령인 내가 책임지고 경찰에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이렇게 해야만 할 것이다. 대통령이 이렇게 당차게 나가면 대세를 판단할 저들은 스스로 조용하게 물러날 것이다.

지금 대통령이 “누군가가 또 대통령을 위해 희생해 주겠지” 하는 식으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용서될 수 없는 직무유기요 비겁한 선택인 것이다. 쌍용자동차는 대통령의 일이니 대통령이 정면 돌파해야 할 것이다. 이 정도에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국민은 희망을 접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쌍용자동차 문제가 한 개 회사의 문제이고 지엽적인 문제라 대통령이 나서야 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만일 이렇게 생각한다면 이는 그가 사회의 역학관계와 리더십이 무엇인지에 대해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