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평준화 그 틀을 유지하자!!
[연합뉴스 2005-07-19 15:15]
서울대 2008학년도 입시 전형 방안중 통합 논술로 야기된 본고사 여부 논란이 진정된 것이 바로 엊그제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고교평준화 재고를 역설해 교육계가 다시 한번 홍역을 치를 분위기다. 정운찬 총장은 최근 경제인들을 대상으로 한 강좌에서 교육은 가르치는 것 외에 솎아내는 데도 목적이 있다면서 국가발전을 위해 고교평준화 제도를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자재가 좋지 않으면 기술이 뛰어나도 좋은 물건 만들기 어렵듯이 가능한 좋은 학생 데려다 잘 키우자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수 학생을 선발해 잘 키우자는 정총장의 생각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2008학년도 입학정원의 3분의 1을 통합형 논술 평가로 뽑으려는 서울대의 전형방식에 대해 정부가 간섭하지 말기를 권유했었다. 대학의 자율성이 존중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였다. 그러나 고교평준화 제도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는 정총장의 이번 발언엔 공감할 수 없다. 고교 평준화 제도는 고교입시에 따른 사교육 부담을 없애고 파행적인 중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30여년전 도입됐다. 초기에는 서울 등 대도시 일부에서 시작해 이제는 전국적으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그동안 시시비비도 따랐지만 고교평준화가 계층간.지역간 위화감을 해소하고 고교간 격차해소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영재교육의 부재로 인해 우수한 인재 양성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따랐다. 이를 반영해 과학 및 어학 특수 목적고가 생겼고 최근에는 과학 및 국제부문의 영재 학교도 일부 지역에 설립됐다. 평준화 틀은 유지하면서 약점을 보완한 교육당국의 조치로 이해된다.
고교평준화 제도는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평준화 제도가 깨지면 대도시를 중심으로 세칭 일류 고등학교가 부활한다. 그러면 중학교 1학년 때 부터 고교 입시경쟁에 휘말리게 될 것은 뻔한 노릇이다. 과외 열풍 속에 사교육비가 급증하고 계층간 지역간 위화감도 심화될 것이다. 공교육의 기반이 무너짐은 물론이다. 대학입장으로는 일류고 출신끼리 경쟁시켜 입학생을 선발하면 손쉽게 우수 학생을 뽑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일류고 출신이 명문대를 독식하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계층적 위화감은 더욱 심해질 뿐이다. 대학은 고교평준화를 깨트려 우수학생을 손쉽게 뽑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렵더라도 현 제도하에서 다양한 전형방법을 통해 우수학생을 선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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