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는 “남조선 당국이 생트집을 부리며 관광길을 계속 가로막는 경우 부득불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단의 조치에 남측에 특혜로 주었던 관광사업과 관련한 모든 합의와 계약 파기, 관광지역내의 남측 부동산 동결 등의 문제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것은 지난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 초병의 총격으로 사망한 후였다. 피격 사건이 있은지 1년 후 북한과 현대아산은 작년 8월 관광사업을 재개하는데 합의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3가지 선결조건이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3가지 조건은 관광객 총격 피살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재발방지대책 마련과 신변안전 보장 제도화 등이다.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것도 좋지만 더 급한 것은 북한 당국이 3가지 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북한의 협박적인 태도다. 정상적이라면 북한이 남한 당국이 제시한 3가지 선결조건을 받아들일 테니 빨리 관광을 재개하자고 요청해야 할 판이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았다. 시간을 주고, 그때까지 관광단이 오지 않으면 북한과 현대와의 사업계약을 없던 일로 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현대와 체결한 관광관련 모든 합의와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한 것은 더 확대 해석하면 남한과의 관계도 냉각시키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금강산 관광을 시작으로 싹트기 시작한 남북경협은 일단 얼어붙는다고 봐야 한다.
우리에게 관광사업을 재개하자고 사정을 해야 할 북한이 시간을 불과 1달, 2달 정해놓고 관광이 재개되지 않으면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북한의 숨겨진 의도는 잘 모른다. 정부도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의도를 알아야 대응책을 마련할 터인데 정부도 답답할 것이다. 북한의 협박성 발언에 무대응으로 일관하기도 그렇고, 3가지 원칙을 받아들이라는 원칙론만 계속 펴기도 그럴 것이다. 만일 북한이 정말로 현대와의 합의를 파기하면 파문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략 3가지로 북한의 의도를 해석하고 있다. 첫 번째는 남한 당국을 압박해서 너무 원칙만 따지지 말고 빨리 관광을 재개하라는 의도일 것이다. 두 번째는 아태의 파트너인 현대를 압박해 현대로 하여금 정부에 대해 손을 쓰도록 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현대와의 합의와 계약을 파기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을 들고 나왔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 정부의 입장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북한이 합의 파기 운운한 것은 뭔가 속이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협박성 발언의 의도는 북한만 알고 있을 것이다. 북한의 생각과 관계없이 여기서 중요한 것은 관광객의 안전이다. 우리 정부의 입장대로 관광객에 대한 안전이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으면 관광이 재개되기는 어렵다.
지난 2008년 관광이 중단된 이유는 관광객의 안전문제였다. 따라서 관광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안전문제가 확실하게 담보돼야 한다. 우리 정부가 관광객의 안전 등 3가지 선결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합당하고, 잘하는 일다.
북한은 관광객을 보내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할 게 아니라 남한 당국이 제시한 3가지 조건을 조건 없이 받아들이고, 필요하면 그 이상의 편리도 봐준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그래야 중단된 관광이 재개되고, 남북 간의 진정한 경제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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