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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을 수첩’ 주인은 이재오 특임장관실 팀장

조직엔 출장 비밀…상층부 특별지시로 움직인 듯

뉴스페이스 강남규 기자 | [email protected]
11.04.25 08:46 | 최종 수정시간 11.04.25 08:44

4.27 김해을 재보궐 선거에서 이재오 특임장관실의 선거개입이 있다며 국민참여당이 공개한 ‘특임장관실 수첩’의 주인은 특임장관실 소속 신용갑 시민사회팀장인 것으로 24일 확인됐다고 <한겨레신문>이 보도했다.

25일 <한겨레>에 따르면 수첩 주인인 신 팀장은 지난 21일 김해을 지역을 방문해 유권자들과 접촉한 내용을 수첩에 적은 뒤 이를 분실했다.

이봉수 후보측에 접수된 제보를 종합하면 경남 거창 출신인 신 팀장은 21일 밤 이 지역에 사는 지인 3명과 술을 마셨다. 숙소로 돌아와 수첩을 잃어버린 사실을 알게 된 신 팀장은 자신이 들렀던 곳에 전화를 걸어 수첩의 소재를 수소문했다. 신 팀장은 가게에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남겼는데 이것이 신원확인의 결정적 빌미가 됐다.

확인 결과 이 전화번호는 특임장관실 직원 명단에 적힌 신 팀장의 휴대전화 번호와 일치했다. 신 팀장은 청소년보호위원회와 정무장관실 등에 근무하다 특임장관실이 신설된 이후 소속을 옮겼으며, 김태호 한나라당 후보와 같은 거창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견된 수첩에는 유권자들을 만나 나눈 선거 판세 분석, 선거전략에 대한 조언과 대응방안, 언론 보도에 대한 동향, 유권자들 성향 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 또 수첩에는 이재오 특임장관실 시민사회팀 소속 이○○ 사무관, 지역직능팀 정○○ 사무관, 두 사람이 실명이 등장하는데 이○○라는 이름 밑에는 이메일 주소와 함께 7가지 구체적 활동 지침이 기록돼 있다.

특히 이○○ 사무관은 기관 메일이 아닌 개인 메일이 적혀 있어 비정상적인 업무를 ‘은밀히’ 수행할 필요가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이, 정 사무관 두 사람 모두 경남 출신이다.

신 팀장은 김해에 머문 당일 특임장관실에 출장이나 휴가를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통상적인 계선 조직에도 자신의 김해행을 알리지 않아 특임장관실 상층부 차원의 별도의 지시나 특별 임무를 받고 움직였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정 사무관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김해 방문을 부인하면서도 “19~20일 이재오 특임장관을 수행해 창원과 포항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 선대위는 24일 오후 김해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이재오 장관과 신 팀장, 수첩에 실명이 등장하는 이, 정 사무관 등 4명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선관위는 이날 특임장관실의 김해을 선거 개입 여부를 가리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선관위 핵심 관계자는 “엄정대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며 “23일 특임장관실에 전체 직원 현황, 3월1일부터 4월27일까지 특임장관실 직원에 대한 출장명령서 및 출장 관련 서류 일체, 특임장관실 수첩 제작·배포 및 잔량 현황 등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신 팀장의 행동이 사실이라면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의 중립 의무 위반(9조), 공무원 등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금지(86조) 조항에 저촉된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선거법 86조는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 기획에 참여하거나 그 기획 실시에 관여하는 행위(1항2호) 등을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각각 3년 이하 징역에 6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도록 돼 있다.

특임장관실은 수첩 주인이 신 팀장으로 밝혀진 이후에도 거듭 관련성을 부인해 거짓말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임장관실은 22일에 이어 24일도 보도자료를 내고 “특임장관실은 일체 선거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신 팀장은 수차례 전화를 걸어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신문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