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박지원, 첫 임무는 DJ 해외휴가 수행
[오마이뉴스] 2007-02-12 19:25
[오마이뉴스 김당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박지원 전 비서실장과 함께 3박 4일 일정의 해외 휴가를 떠난다. 휴가지는 일본 오키나와 현.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씨는 설 연휴기간인 2월 18일 서울을 출발하여 21일까지 오키나와에 머물다가 서울로 돌아올 예정이다.
최경환 비서관은 12일 "김 전 대통령이 호텔에 머물며 휴식을 취하면서, 새로운 한반도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정책 검토와 구상을 하실 계획"이라고 밝혔다.
측근 "박지원, 형집행정지 기간에도 DJ 지시로 2차 방북 추진"
김 전 대통령의 이번 휴가는 1996년 8월 괌으로 휴가를 간 지 11년만의 해외 휴가여행이다. 이번 오키나와 휴가 여행은 오래 전부터 잡혀 있던 일정이다. 다만, 박지원 전 비서실장이 12일자로 특별사면(잔여기간 면제)되어 자연스레 그가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비서실장을 지낸 박씨가 김 전 대통령의 해외여행을 수행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박 전 실장 또한 지난 9일 특별사면 발표 당시 "이제 저는 스스로에게 약속한 대로 동교동으로 돌아간다"면서 "김대중 대통령님 내외분을 곁에서 모시는 것으로 제 소명을 다하려 한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김 전 대통령 주변 인사들은 박 전 실장이 휴가지에서 돌아오는 대로 본격적으로 김 전 대통령을 보좌해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모종의 역할을 맡을 것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측근도 "박 전 실장이 지난해 형집행정지 기간에도 김 전 대통령의 지시로 김 전 대통령의 2차 방북을 추진해왔음에 비추어 비슷한 역할을 다시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 전 실장은 2000년 4월 문화부장관 시절에 김 대통령의 대북특사 자격으로 북한측과 접촉해 그해 6월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바 있다. 이 때문에 박 전 장관은 2003년 6월 대북송금 사건을 맡은 송두환 특검팀에 긴급체포돼 2심에서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뇌물수수, 알선수재 등 혐의로 징역 12년과 추징금 147억5천200여 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시종일관 무죄를 주장한 그는 2004년 11월 대법원이 '현대비자금 150억원 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지난해 5월 서울고법이 파기환송심에서 대북 불법송금과 대기업 자금 1억원 수수에 대한 유죄만을 인정해 징역 3년형을 선고하면서 3년간의 지루한 법정공방이 끝났다.
박지원 "사면만 되어 불만", 부인은 "복권 안되어 '다행'"
박 전 실장은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지병인 녹내장이 악화돼 한때 실명 위기에 처했고 이같은 사정이 감안돼 지난해 11월3일 치료를 위해 3개월간의 형집행정지 결정으로 석방됐다. 김 전 대통령은 형집행정지 기간에도 박 전 장관을 동교동 자택으로 불러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다.
김 전 대통령 내외는 또 형집행정지 기간에 박 전 장관과 부인 이선자씨를 자택으로 초대해 위로 만찬을 함께 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 내외는 박 전 실장이 수감중에는 부인 이선자씨와 두 딸을 불러 위로하기도 했다. 부인 이씨는 현재 미국에 사는 두 딸을 보기 위해 미국 체류중이다.
박 전 실장은 지난 9일 발표한 사면 소감에서 "대북송금 특검은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었고, 특검수사는 조작이었다"고 전제하고 "그 특검에서도 대북송금은 현대의 상업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저는 지난 4년간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싸웠고 마침내 이겨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에 저에 대한 특별복권이 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유감이다"면서 "대북송금 관련자 모두가 복권까지 이뤄진 것에 비춰볼 때 형평성의 원칙에서도 조속한 시일 내에 특별복권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복권이 이뤄지지 않으면 공직후보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그러나 정작 그의 부인 이선자씨는 주변에 "남편이 사면만 되고 복권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다행'이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고 한다. 오랫동안 풍파에 시달린 정치인 아내의 아픔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번 휴가에는 박 전 실장 외에도 양성철 전 주미대사, 장석일 주치의가 수행할 예정이다.
/김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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