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6/ 전태일, 박종철과 조천훈, 정용품의 나라(1)
부처님께 전태일, 박종철, 조천훈, 정용품, 이 네 분의 명복을 빌면서 이 글을 시작하나이다. 사랑이 소재인 글이라면 하느님 쪽에 올리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생명이 주제인 글이기 때문에 부처님께 올리나이다.
서기 1970년 11월 13일에 전태일이란 청년이 열악한 노동조건이 말로는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분신자살했나이다.
서기 1987년 1월 14일에는 박종철이라는 젊은 학생이 자기 나라 경찰의 고문에 의해 죽었나이다.
서기 2002년 10월 26일 오후 8시에 조천훈이라는 살인 피의자가 어떤 검사의 묵인 방조하에 경찰의 고문으로 죽었나이다.
서기 2005년 11월 12일 오전 10시 15분경에 젊은 농부 정용품(鄭龍品)씨가 시체로 발견되었나이다. 살아갈 길이 막막한 이 나라 농부들의 고뇌를 대변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은 자살로 보입니다.
부처님
이 나라는 이런 나라이나이다.
더욱 기막힌 노릇은 이들에 대한 이 나라 백성들의 대우가 천양지차(天壤之差)라는 점임을 아뢰고 싶어 이 글월을 올리나이다.
고 전태일씨가 이 세상을 떠난 지 꼭 35년이 되는 오늘을 기하여 서울 청계천에서는 ‘전태일 거리’가 개통된다 합니다.
또한 고 박종철씨의 죽음에 대해서는 한국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을 비롯하여 많은 시민단체들이 과거엔 규탄대회를 격렬하게 열었고, 요즘엔 추모행사를 꾸준히 하나이다. 그리고 박종철씨가 고문당했던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 건물은 ‘인권기념관’으로 바뀔 예정이라 합니다. * 050718조선A9 보도*
하오나,
하오나!
조천훈씨에 대해서는 박종철씨의 반은커녕 100분의 1도, 1만분의 1도 관심이 없나이다. 정치적으로 이용 가치가 없다고 모두 외면한 것이 아닐까, 의심되나이다. 더욱 기가 막힐 노릇은 대부분의 언론매체에서 조천훈씨의 이름을 숨기고 “조(趙)모씨”라고 표현했나이다.
박종철이란 이름을 모르는 국민은 아주 많은 반면, 조천훈이란 이름을 기억하는 국민은 거의 없습니다. 박종철 이름은 철저히 전두환씨를 공격하는 이름으로 편리하고, 조천훈이란 이름은 김대중씨 얼굴에 똥칠을 한다고 보아 이런 결과가 생긴 것이 아닐까, 저는 이렇게 보나이다.
* 조천훈 이란 이름이 나온 신문 기사 수와 안 나온 신문기사 수의 비율을 다음 글(2)에서 밝힐 예정임.
될 수 있으면 벌레 한 마리도 함부로 죽이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자비심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라고 가르치신 위대한 지혜자이신 부처님이시여!
분신자살한 조용품씨를 이 국민들이 영원히 기억하자고 ‘조용품 거리’를 만들는지요?
저는 ‘조용품 거리’나 ‘조용품 동상’이 생길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보나이다.
우리 국민은 이 정도로 동족의 목숨을 차별하나이다.
남한의 배부른 인권 신장(伸張)은 끝없이 강조하면서 북한동포의 비참한 생존권은 벌레의 생명 수준으로 보는 것이 이 나라의 여야 지도자들이옵나이다.
부처님,
전태일, 박종철, 조천훈, 정용품의 나라,
이 엉망진창의 나라를
너그럽게 용서해 줄 수 있나이까?
부처님께 전태일, 박종철, 조천훈, 정용품,
이 네 분의 명복을 빌면서 이 글을 마치나이다.
불기(佛紀) 2570년 11월 14일 달의 날 오후 2시 2분 15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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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수(全泰樹) 합장(合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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