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 선생에게 고함
이영민(자유언론수호국민포럼 간사)
존경하는 조갑제 선생, 안녕하십니까.
저는 자유언론수호국민포럼 간사 이영민입니다.
저는 지난 4월 26일 프레스센타에서 열린 자유언론인협회(회장 양영태)창립대회겸 기념토론회에 조 선생이 참석하여 축사를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 날 토론의 주제는 ‘2007 대선은 포털이 좌우한다’는 것이었는데 조 선생은 축사도중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지난 2002년 대선은 투 ․ 개표 과정은 아주 공정했는데 도덕적으로만 문제가 있는 선거였다.”고-. 조 선생은 이번 뿐만이 아니라 그 전에도 이런 발언들을 여러 차례 하신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2003년에 이기근씨가 대법원에 제기한 대선무효소송과 그 후 작년에 이재진 ․ 정창화씨가 제기한 전자개표기 사용금지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 및 이재진씨에 대해 대구지검이 선거법위반으로 기소한 사건 소송 및 기타 지난 대선과 관련된 거의 모든 소송들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소송들이 진행되는 법정에서 조 선생을 본 적이 전혀 없습니다.
법정에 한 번도 와 보지 않은 조 선생이 무엇을 근거로 이런 동지들의 노력을 부정하는 발언을 그토록 자신감있게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재판들을 다 지켜본 사람들 대부분의 소감은 비록 딱 드러나는 확증을 찾아내진 못했어도 누가 보더라도 상당한 의혹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일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필리핀 대법원까지 선거부정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면서 한국산 전자개표기의 사용금지판결을 내림으로써 그 문제점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마당에 왜 조 선생만이 이런 사실과는 전혀 맞지 않는 상반된 주장으로 결과적으로 노무현 정권을 옹호하는 듯한 착각을 주고 계십니까. 지금 이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과연 선생의 의도가 무엇인지 매우 깊은 생각들을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말도 되지 않는 선생의 이런 오만함과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온 것입니까. 지금도 지난 대선에서의 부정을 규명하고 전자개표기의 사용을 금지시키기 위한 여러 동지들의 투쟁과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민 ․ 형사상 소송이 진행중입니다. 조 선생이 그 말씀을 하시던 그 날 오후에도 서울지방법원에서는 이재진 ․ 정창화씨에 대해 중앙선관위 직원들이 제기한 5억3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관한 첫 심리가 열렸습니다.
지금 이 나라에 지난 대선에 투 ․ 개표 부정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겠습니까. 과연 선생은 충분한 확증을 갖고 그런 말을 하신 것입니까. 백 번을 양보해서 설사 지난 대선에 그러한 부정이 없었다고 할지라도 전자개표기의 문제점만은 이미 여러 차례 드러났고 심지어 지난 번 선관위의 시연행사에서도 심각한 결함이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비록 지금 와서 지난 대선 때의 부정을 규명하는 것은 시간상 기술상으로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이러한 문제점이 발견된 이상 최소한 앞으로의 선거에서 만큼은 절대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우리 애국세력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사정임에도 전자개표기(만일 이를 이용한 선거부정이 있었다면 그 부정행위까지)에 면죄부를 주는 듯한 조 선생의 말은 지금 이 시각에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리 동지들의 등 뒤에서 기관총을 난사하는 격이며 그럼으로써 이런 동지들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고 우리 내부에서 심각한 분열을 조장하는 것입니다. 선생은 그러한 동지들의 노력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습니까. 아니면 전자개표기 부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선생의 동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선생의 동지는 과연 누구입니까.
그 날 언론인협회의 토론회가 끝난 후 저는 행사장을 빠져나가다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누군가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조갑제씨는 결정적일 때 이상해진다.”고-. 정말 선생의 과거 행적을 돌아보노라면 우리 보수애국세력의 제1의 논객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선생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지난 대선에서 선거일을 불과 3일 남겨두고 여중생 사망사건 추모위 대표단이 내민 SOFA 개정요구안에 서명한 이회창 후보를 크게 비판한 일입니다. 비록 이 후보가 실수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분초를 다투며 마지막 피치를 올리며 싸우는 상황에서 전략전술상 일단 묻어두거나 아니면 그냥 넘어갔다가 선거가 끝난 후에 다시 따져도 될 일을 조 선생은 결정적인 타이밍에 이 후보에게 자살골과도 같은 한 방을 먹인 것입니다. 그래서 조 선생은 자신이 그토록 비난하였던 병풍을 일으킨 김대업이라는 사기꾼과 더불어 이 후보의 패배에 역사에 길이 남을 큰 일조를 하신 것입니다.
저는 지난 95년에도 그 날 엘리베이터 안에서 들은 말과 비슷한 말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노태우 비자금 사건이 터지자마자 이 소식을 들은 김대중씨의 첫 반응은 “그 돈은 아마 노태우씨의 돈이 아닐 것이다.”였습니다. 그러자 한 일간지는 다음과 같이 기사의 제목을 뽑았습니다.
“김대중씨는 결정적일 때 이상해진다.”
저는 개인적으로 조 선생이 당시의 김대중씨와 같은 전철(前轍)을 밟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지난 4월 19일 선생과 서정갑씨등은 프레스센타에서 민주주의 이념연구회를 발족시키고 김영삼옹을 명예회장에 추대하고 연설까지 들었습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언론계의 대표적인 YS 장학생으로 권언유착의 표본과도 같았던 조 선생의 아이디어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선생의 큰 실수였습니다.
선생은 지난 2002년에 노무현씨가 대통령후보로 선출되자마자 김옹을 찾아가 문안을 올리는 바람에 그의 지지율이 폭락했던 사실을 잊으셨습니까. 선생이 김옹을 끼고 돌면 돌수록 우리 보수애국세력의 순수한 구국운동은 의도적 정치활동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습니다. 설마 조 선생은 우리 동지들의 순수한 애국심을 이용하여 한 물간 늙은 정치인들을 위한 무대를 제공할 생각은 아니겠지요. 만일 그리된다면 조 선생은 우리 보수애국세력들을 집단자살로 몰고 가는 계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김영삼 옹은 오랜만의 연설에서 “김대중을 반역죄로 다스려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습니다. 그러나 상당수의 국민들은 김옹의 이 말에 후련함보다는 혼란을 느꼈을 것입니다. 지난 97년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검찰에 천문학적인 김대중 비자금에 대해 수사불가 지시를 내리고 이인제 신당을 적극 지원하여 김대중 집권에 1등공신 역할을 한 김옹이 아닙니까.
IMF 사태는 불가항력적인 측면도 있어 논외로 하더라도 자신의 집권기간 중에 대북퍼주기의 물꼬를 터주고 자신의 대선자금 수수문제를 물타기하기 위해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명분으로 나라를 온통 시끄럽게 하더니 심지어 뚱딴지같이 ‘중앙청 허물기’를 강행하여 좌익들의 주장에 승리의 트로피를 하사했던 김옹이 아니었던가요. 결국 이를 본받아 당시 서울시 정무부시장이던 이해찬은 서울시내의 모든 관공서 건물에서 새마을기를 내리게 하고 뒤이어 출범한 김대중 정권이 ‘제2건국’을 내세우자 이 때부터 좌익들은 북한과 연계하여 태극기와 애국가를 폐지하고 새로운 국기와 국가를 제정할 것을 지금까지 줄기차게 주장해오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87년 4. 13 선언 후 선생이 쓰신 김영삼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와의 인터뷰 기사를 읽어 보면 아무리 당시 전두환 정권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상황에서 선명 야당이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었다고 해도 기자로서 취재대상에 대해서는 항상 냉정한 비판의 자세를 잃지 않아야 함에도 선생은 드러내놓고 김영삼 총재에게 용비어천가를 불렀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선생은 김영삼 대통령 집권후 그 전까지의 겸손한 자세를 버리고 그토록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니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시 언론의 힘이 지금과는 비교도 안되게 막강했던 시절에 권력까지 뒤를 봐주는 기자라는 사실에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셨는지는 몰라도 그 후 나라를 IMF라는 초유의 경제망국사태로 끌고간 김영삼 정권의 탄생에 기여를 하신 선생은 그 후 독자들에게 그와 관련한 사과나 후회의 자세를 보인 적이 없는 것으로 저는 기억합니다. 선생께서는 그저 권력이 주는 과실만 챙겨 먹다가 잘못된 권력의 탄생에 기여한 책임은 외면한 것이 아닙니까.
기자경력이 일천한 제가, 어찌 보면 기자라고 할 것도 없는 제가 조 선생에게 감히 ‘기자’라고 부르지 않고 ‘선생’이라고 부르는 것도 바로 이러한 기자로서의 도덕성에 의문점이 나는 선생의 처신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선생의 글을 읽을 때마다 비록 기교는 화려해 보일지 몰라도 진실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과연 대기자(大記者)인 선생에게 기자정신이 남아 있는지 저는 참으로 궁금합니다.
저는 제가 한 때 모셨던 이도형 한국논단 발행인을 언론인으로서 가장 존경합니다. 선생과는 달리 이도형 발행인은 70이 넘은 노구를 이끌고 잠시도 쉬지 않고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좌익 정부의 보복으로 집과 재산을 다 날리고 지금도 회사의 모든 집기에 압류 딱지가 붙어 있어 그가 가진 것이라고는 들고 다니는 가방과 원고지 몇 장이 전부이지만 그 분은 조금도 굴하지 않습니다. 이미 열 일곱 살에 6. 25에 참전하여 네 발의 총알을 몸에 맞은 경험이 있어 그런지 그 분은 어지간한 위협에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언젠가 제가 회사의 심각한 경영악화를 우려하여 ‘잘 나가는 정치인’ 한 분과 연대할 것을 제의하였더니 그 분은 “언론인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원칙과 정도를 지켜야 한다.”고 단호하게 거절하셨습니다.
그런데 선생은 언젠가 조갑제 닷컴에 올린 글에서 중국이나 베트남 등 후진국가에서는 부정부패가 아직도 판을 치는데 비해 서구의 여러 나라들은 도덕성이 투명하다는 점을 예로 들며 ‘오늘날에는 청빈(淸貧)보다는 청부(淸富)가 미덕이다. 현실적으로 청빈은 존재하기 힘들다.’는 식의 주장을 하셨습니다. 저도 선생의 이 말에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러나 선생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얼마 전 선생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동생 이회성씨와 땅투기를 하다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지 않았습니까. 선생의 이와 같은 부도덕한 처신은 앞 뒤 안가리고 투쟁만 하다가 전 재산을 날리고도 적수공권으로 계속 투쟁하고 있는 이도형 발행인과 비교하면 참으로 한심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 선생을 비롯하여 선생과 가까운 S씨, 변호사 K씨 등 보수세력의 대표주자들이 모두 돈과 관련하여 이미지가 더티(dirty)하다는 데서 오늘날 한국 보수우익의 고민과 갈등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도 입으로만 애국을 부르짖으며 반공을 사고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반공상인’들이 많았는데 지금 상당수의 동지들이 돈이 없어 어렵게 투쟁하고 있는 현실에서 몇 몇 지도자들이 돈을 너무 밝히면 국민들은 또다시 우리 보수세력들이 반공장사하기 위해 시끄럽게 떠드는 것으로 도매금으로 매도할 것입니다.
200312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