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을 바꾸는 것보다 중요한 일"
[경향신문]
5월15일인 스승의 날을 겨울방학이나 2월 종업식 직전으로 옮기는 방안을
교육당국이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스승의 날이 학년 초에 있어 학부모들에게 부담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보도를 접하는 느낌은 한마디로 착잡하다.
올해 스승의 날에는 전국 초·중·고교의 60%가량이 휴업을 해 국민들을 안타깝게 하더니,
이젠 스승의 날 자체를 옮기려한다니 말이다.
교육당국자들의 심경은 아마 이럴 것이다.
학부모에게 부담 주지 않으려고 학교를 쉴 바에야
차라리 날짜를 옮기는 게 낫지 않으냐는 것이다.
따가운 눈총 받지 말고 마음 편하게 스승의 날을 갖자는 취지다.
교사들의 자존심이 상하긴 하겠지만, 올해 스승의 날처럼 많은 학교가
휴업을 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그보다는 옮기는 게 나을 것 같다.
하지만 그에 앞서 우리는 왜 미국 등 선진국처럼 스승의 날을 보낼 수 없는지
사회적 반성이 필요하다.
미국에 살다 온 사람들은 모두 느끼지만, 그곳에선 스승의 날에 학생들이
감사의 마음을 담은 카드나 초콜릿 정도의 선물을 교사에게 건네며
따뜻한 사제의 정을 나눌 뿐 다른 잡음은 나오지 않는다.
우리도 교단 풍토를 그처럼 바꾸는 노력을 먼저 기울여야 한다.
스승의 날이 학부모들에게 부담을 주고,
이런 분위기를 아는 교사들이 거꾸로 부담을 갖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는 대단히 어려운 문제 같지만, 기실 교사와 학부모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
지금 교단을 10년 전과 비교해보자.
촌지 문제는 몰라보게 수그러들지 않았나.
그렇다면 스승의 날을 옮기는 방안은 조급하게 추진할 사항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지금의 날짜를 고집할 필요는 없지만,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면서
교단 분위기 개선 노력을 기울이는 게 먼저다.
중요한 것은 스승의 날 날짜가 아니라 존경받는 스승의 상(像)을 되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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