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7일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석유 시추 공사를 막기 위해 해군 함정과 연안경비대 순찰함을 동원, 배와 배가 부딪치는 '충격 작전'을 펴며 실력 저지에 나섰다. 그동안 중국과의 물리적 접촉을 꺼려 온 베트남이 이례적 강공수를 둔 이유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경화시보와 AP통신에 따르면 베트남 해군 함정 등은 중국 시추 설비가 있는 시사(西沙·베트남명 호앙사, 영문 파라셀)군도에서 석유 탐사 작업을 하던 중국 선박을 들이받았다. AFP통신은 "중국 선박이 시추 설비를 보호하기 위해 베트남 순찰함을 향해 물 대포를 발사했고, 양측 배가 여러 차례 부딪쳤다"고 보도했다. 베트남은 중국의 석유 시추 작업을 일단 저지했다. 베트남 관리는 "충돌 과정에서 실탄 발사는 없었다"고 말했지만 일부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해양석유총공사는 지난 2일 베트남 연안에서 130해리(240㎞) 떨어진 해역에 10억달러짜리 석유 시추 장비를 설치했다. 이에 베트남 외교부는 "베트남의 배타적경제수역(EEZ)과 대륙붕에서 이뤄지는 중국의 석유 시추는 불법 행위"라며 장비 철수를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관련 작업은 완전히 중국의 시사군도 해역 안에서 진행되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중국은 시추 장비가 있는 곳에서 4.8㎞ 이내 해역에는 외국 선박이 진입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중국해는 어족 자원 외에 230억t의 석유와 7500㎢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돼 중국과 동남아 국가 간의 갈등이 잦다. 2011년과 2012년에는 중국 어선이 베트남 석유탐사선의 작업을 방해하기도 했다.

이날 베트남은 중국 석유 시추 장비가 있는 해역에 함정 등 29척의 선박을 보내 관련 장비를 철수하도록 압박했다. 베트남 선박 규모는 중국을 압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의 화약고로 불리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베트남이 한 발짝씩 물러나지 않는다면 국지적 무력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과 베트남은 1974년 남중국해에서 해전을 벌인 일도 있다.

한편 필리핀 해경은 이날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의 난사(南沙·스프래틀리)군도에서 선원 11명을 태우고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 한 척을 나포했다고 홍콩 봉황TV가 7일 보도했다. 미국과 필리핀군은 6일 이 지역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합동 군사훈련을 벌였다. 어선이 나포된 지역은 산호초로 둘러싸인 반웨자오(半月礁) 해역으로, 미군과 필리핀군이 상륙 훈련을 하는 팔라완 섬에서 100여㎞ 떨어져 있다. 미군의 위세를 업은 필리핀이 중국과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에서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미군이 남중국해로 돌아오자 그간 수세적이던 베트남과 필리핀이 반격에 나선 양상"이라고 해석했다. 남중국해는 면적이 350만㎢에 이르는 거대한 해역이다. 중국은 전체 면적의 86%에 해당하는 300만㎢가 역사적으로 '중국의 바다'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베트남·필리핀·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브루나이 등 아세안 5개국은 1970년대부터 중국과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