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북한이 금강산 관광과 개성관광 재개문제를 가지고 하는 꼴을 보면 가관이다. 6.15공동선언이후 자기들 마음대로 우리를 조정해왔고, 우리 또한 북한의 눈치를 보면서 조금이라도 북한이 엄포를 놓게 되면 행여 남북관계가 경색되지나 않을까 하여 상전 모시듯 했었는데 이제는 북한이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가 않는 모양이다.
3월 18일, 북한의 아태평화위는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 재개문제와 관련하여 또다시 현대아산 측에 보낸 전통문을 통해 “3월 25일부터 금강산관광지구내에 남측 부동산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하면서 “금강산 관광지구내 모든 남측 부동산의 소유자와 관계자들은 25일 금강산을 방문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남측이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부동산 몰수 및 금강산 입경 제한 조치 등을 취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뒤에 ”남측 관광객이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 4월부터는 새로운 사업자에 의해 금강산과 개성지구에 대한 해외 및 국내 관광이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3월 4일, 금강산과 개성지구의 관광재개를 우리 측에 촉구한지 2주만에 이같은 전통문을 보내온 것을 보면 북한이 다급하기는 한 모양이다. 아니 북한은 항상 그래왔다. 자신들에게 이롭다고 생각하면 벼랑끝 전술을 써가면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했고, 조금이라도 불리하다 싶으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각종 합의를 파기하고 발뺌해왔다.
이번 금강산 관광과 개성관광 문제도 그렇다. 금강산 광관이 중단된 것은 재작년 7월, 금강산 관광에 나섰던 우리의 여성 관광객에게 총격을 가하여 사망케 해놓고도 우리의 진상조사와 사과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중단되었으며, 개성지구 관광 역시 지난 2008년 12월 1일, 남북한 육로 통행을 제한함에 따라 우리의 의사와는 달리 중단되었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북한 측의 잘못에 의해 중단되었음에도 북한은 사과나 앞으로의 재발방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의 관광객들에 대한 신변안전 보장이 되어야 함에도 우리 측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고 막무가네식으로 관광을 재개하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이 이같이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에 목을 매면서 우리측을 압박하고 있는 것은 지난해 8월, 김정일이 북한을 방문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의 면담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 관광, 나아가 백두산 관광까지 실시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음에도 이같은 말이 먹혀들어가지 않게 되자 김정일의 권위가 훼손되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일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4월과 5월에 실시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유엔의 대북제재에 직면하여 대외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화난이 가중되고 있는데다가 작년 11월, 단행한 화폐 개혁조치의 후유증으로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등 경제난이 심화되고 있어 금강산과 개성관광을 재개하여 연간 수천달러에 이르는 외화를 벌여 들여 숨통을 트여보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6자회담에 조만간 나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대남 강경정책 구사만으로는 남한으로부터 하나도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한데 기인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어찌됐건 간에 우리는 북한이 금강산과 개성관광문제를 가지고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데 대해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 북한을 비롯한 공산주의자들은 하나를 양보하면 둘을 달라하고 둘을 주게 되면 셋을 요구하고 종국에는 모든 것을 다 달라고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금강산과 개성관광문제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우리의 기본 원칙을 견지해 나가야 한다. 여론에 휩쓸려 원칙이 자주 바뀌게 되면 북한은 이같은 우리의 약점을 파고들려 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기본 원칙이 고수되어야 만이 북한의 핵문제도 6자회담은 물론, 남북간의 틀 내에서도 협의가 이루어져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금강산에 묶여 있는 우리의 자산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설사 이같은 자산이 동결되거나 잃게 되는 경우가 온다고 하더라도 원칙을 고수해 나가게 되면, 손실을 보게 되는 자산보다도 더 큰 손실을 방지할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북한은 우리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대응 수위를 조절해 나가겠지만 당분간은 ‘키리졸브’ 훈련을 의식해서도 강경 태도를 보일 것이나 훈련이 끝나게 되면, 금강산과 개성관광, 나아가서는 백두산 관광까지 허용할 가능성이 농후할 것이다. 이는 북한은 현 난국을 타개해 나가기 위해 우리의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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