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검찰人事委부터 구성하라...배금자
이번 검찰인사 방식에 대한 검사들의 집단반발에 대해 검사들의 항명이니 집단이기주의에 의한 개혁 거부로 몰아세우는 인식은 문제의 본질을 간과한 것이다. 반발의 핵심은 이번 인사가 공개적이고 투명한 검증 절차와 객관적 인사 기준이 없고, 검찰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일방적인 통고형식인 데다, 발탁되지 않은 자의 퇴진 여부까지 묻도록 한 데 있다. 외형은 기수 파괴에 따른 발탁이며 검찰개혁이라지만,★ 실질은 검찰 간부를 정권에 충성할 사람으로 교체해 검찰을 장악하고 정권의 도구로 이용하려 한다고 검사들은 주장하고 있다. ★
사실, 검찰은 지금까지 정의 실현과 공익의 대변자 역할에 미흡했고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검찰 개혁은 시대적 당위이며 절체절명의 과제가 되었다.
검찰 개혁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정치검찰의 문제다. 이에 대해 주로 검찰을 비난하고 있지만, 역대정권이 인사권을 통해 검찰을 권력의 하수인으로 예속시킨 것에 더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장치로서 법무부장관을 통한 대통령의 검찰 인사 장악 배제, 검찰 인사위원회를 통한 검찰 인사의 독립이 가장 확실한 방안이었다.
성역없는 수사를 하는 일본 검찰의 독립 보장은 인사 독립에서 나온다고 한다. 그동안 역대 정권은 이러한 검찰 독립 보장 방안을 내걸었지만, 실제는 실천하지 않았고 인사권을 통해 검찰을 정권의 검찰로 예속시켜 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취임하면서 검찰위원회를 통한 검사 인사를 골자로 한 검찰 독립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도 검찰 독립의 방안으로 현행 검찰청법에서 자문기구로 되어 있는 검찰 인사위원회를 심의기구로 격상하고, 검찰 인사위원회를 통해 인사의 투명성·공정성·객관성을 보장하겠다고 공약했다. 강금실 법무부장관도 2년 전에는 검찰개혁의 방안으로 “검사에 대한 인사권은 검찰 인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검찰총장이 임명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어제 오후 평검사들과의 대화에서 노 대통령과 강 법무장관은 이번 검찰 수뇌부 인사안을 마련할 때 기존 관행인 검찰총장과 구체적 협의를 하지 않고 검찰 인사위원회를 통하지 않은 것은 검찰수뇌부 대부분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절차적 과정을 중시하는 법치주의와는 거리가 있으며, 독단적이고 주관적인 인사권 행사로 비추어진다. 이번 검찰 인사안이 나왔을 때 검찰에서 인사의 투명성·객관성·공정성이 미약하며 검찰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반발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을 한다면, 먼저 공약대로 검찰 인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검찰청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인사를 해야 한다. 또한 정권에 아부하며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전락시킨 정치검찰을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에 의해 가려내어 책임을 묻고, 그동안 묵묵히 직무에 충실해온 능력있는 검사들을 발탁하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검찰청법의 조속한 개정을 통해 근본적인 검찰 인사의 독립을 보장하고 기소독점주의와 검사동일체 원칙의 폐해를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이번 검찰 인사 파동은 검찰이 기회가 숱하게 있었는데도 자율적인 개혁을 하지 못한 데 대한 당연한 업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도 많다. 검찰도 이 점에 대해 뼈저리게 참회하고 국민의 검찰로 환골탈태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어야 한다. 정부도 검사집단 전체를 개혁의 대상으로 매도해 대다수 사명감 있고 유능한 검찰의 자존심과 명예를 너무 무시한 것은 문제다.
참된 검찰 개혁을 위해 권력 핵심의 사심없는 의지와 검찰 내부로부터의 자발적인 의지를 한마음으로 모아야 한다. 아울러 검찰을 정권의 검찰이 아닌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서는 확고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한편, 조직구성원을 배척하는 네거티브 방식보다는 개혁의 주체로 포용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배금자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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