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소는 왜 죽었나
김동길 박사 1998년 6월16일 당시의 현대그룹의 명회회장이던 정주영씨가 통일소 500마리를 몰고 북으로 갔을 때 온 세계가 감동하였다. 2000년 8월8일에도 소 500마리에다 1마리를 더하여 정회장이 북으로 가던 그 모습이 지금도 내 눈에 선하다.
새로운 남북관계의 문이 열리는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히기도 하였다. 미국에 사는 유명한 화가는 정 노인이 소를 몰고 판문점을 넘어 북으로 가던 그 광경이 자기 평생에 가장 멋있는 그림이었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 1001마리의 소가 그대로 살아있을 뿐만 아니라 새끼를 낳고 또 낳아서 이제는 10만마리가 되었다고 해도 모르겠는데 겨우 70마리 쯤 남아 있다니 세상에 이럴 수가 있는가! 어떤 놈들이 그 소를 다 먹어치우고 남은 것이 70마리 뿐이라니. 매일 매일 굶어 죽어가는 북의 우리 동포들이 죽기 전에 그 고기맛이라도 보고 갔으면 다소 눈물겹다 하겠지만. 김정일이 당의 간부들과 또는 군부의 고위자들과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잔뜩 차려놓고 먹고 마실 때 그 소들은 불행하게도 도살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이 소식을 듣고 국민 모두는 실망하였다. 재미 화가도 실망했을 것이다. 통일소를 잡아 먹으면서 통일은 안하고 핵무기만 만들고 있으니 죽일 놈들 아닌가.
마땅히 살아야할 소들은 죽고 마땅히 죽어야 할 놈들은 살았구나.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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