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 창씨개명’ 망언
일본 집권 자민당의 정조회장이라는 사람이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조선인들이) 성씨를 달라고 한 것이 원래 (창씨개명의) 시발이었다”는 등의 망언을 했다. 말과 글을 못쓰게 하고 마침내는 성씨까지 일본식으로 바꿔 우리 민족의 얼과 정체성을 말살하려 했던 일제의 만행에 대한 뻔뻔스런 변명에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당의 정책을 조사·연구·입안하는 정무조사회의 책임자인 정조회장은 총리를 대신해 당무를 책임지는 간사장, 원내총무 격인 총무회장과 함께 당3역을 이루는 핵심 당직자다. 아소 다로 정조회장은 제국주의 침략을 미화하는 역사 왜곡 교과서를 만든 극우단체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적극적인 후원자다. 2차대전 이후 미국과 강화조약을 맺을 때 한국에 전승국 지위를 허용해선 안된다고 간청한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의 외손자이기도 하다.
이번 망언은 최근의 북한핵 위기 등을 빌미로 한 일본 우익의 움직임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이들은 제국주의적 역사관을 되살리려는 것은 물론 군사대국화의 길을 공공연하게 추구하고 있다. 정부내 대표적인 우익 강경파인 아베 신조 관방 부장관과 이시바 시게루 방위청장관은 끊임 없는 북한 때리기를 통해 대북 강경 대응을 주도하며 북한 선제공격론까지 띄우고 있다. 자민당은 군대 보유 금지와 전쟁 포기를 규정한 현행 평화헌법을 부정하는 개헌안까지 마련한 상태다. 지난달 중순 중의원(하원)을 통과한 전시대비(유사) 세 법안도 참의원(상원)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98년 방일 때 ‘미래 지향의 한-일 관계’를 내세워 일본 쪽으로부터 크게 환영받았으나 일본은 역사 왜곡 교과서와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으로 ‘배신’한 바 있다. 이를 거울삼아 노 대통령과 정부는 이번 망언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것은 물론 이웃 나라들을 우습게 보는 일본 우익의 위험한 움직임에 분명하게 경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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