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교실’파행 개선책 없나
입력: 2006년 10월 23일 18:34:31
최근 교육계의 화제를 모은 경향신문의 특별기획 ‘한국의 고3’ 시리즈 기사는 수능을 한달 앞둔 지금 고 3 교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과연 이대로 방치할 건가’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일련의 보도에 따르면 고 3 교실은 더이상 교육현장이 아니다. 입시에 도움되지 않는 모든 것은 배척된다. 가르치는 교사나 배우는 학생이나 교육과는 거리가 먼 상황에 익숙해 있다. 학생이 수업시간에 귀마개로 귀를 막거나 이어폰으로 라디오를 들어도 교사는 제지하지 않는다. 학생 대다수가 외면하는 수업을 교사는 맥빠진 채 진행한다. 일부 교사는 ‘입시에 쓸모없는 과목 공부하느라 시간 뺏기지 말라’며 다른 공부하는 것을 오히려 격려하고, 시험문제를 미리 알려주기도 한다.
사실 하나 하나가 충격적이다. 아무리 입시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교육현장이 일그러질 수 있는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동안 참교육을 외치는 교사는 어디를 가고, 교육현장을 지도하는 교육청의 장학사와 교육부 정책담당자들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
하지만 문제는 무턱대고 교사와 교육부를 질책한다고 사안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학입시가 개인의 인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게 우리 사회의 엄연한 현실인 이상, 고 3교실에 대고 ‘입시위주의 교육을 지양하라’고 외쳐본들 먹혀들 리 없다. 그것은 그야말로 탁상의 공론일 뿐이다.
고3 교실의 파행문제도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해법이 나온다. 교실 파행의 주된 원인이 입시와 동떨어진 학교 교육에 있다면, 오히려 학교 수업과 입시를 조화시키는 쪽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완벽한 개인별 맞춤형 교육은 공교육 체제에서 불가능하다. 그러나 개인의 능력과 요구를 반영해 소그룹별로 교육과정을 달리하고, 이동식 수업을 활성화하는 등의 현실적 방안은 찾을 수 있다. 교육청에서 학교별로 교육프로그램을 다양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 지금의 교육체제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성적하위권 학생과 대학진학을 포기한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점은 교사와 정책담당자들이 뼈아프게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학교에서마저 대학 진학에만 매달려 이들을 외면한다면 스스로 공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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