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서부 극심한 가뭄에 모내기 ‘비상’
농민· 공무원들 24시간 물공급 안간힘

비가 내리지 않아 전국 최대의 곡창지대인 김제·만경 벌에서 모내기를 못 하거나 심은 모가 말라가는 등 가뭄 피해가 심화되고 있다.

이곳은 관개시설이 잘돼 있어 웬만한 가뭄에는 끄덕 없었으나 올해는 못자리가 10여일씩 늦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 관계자들과 농업인들이 밤을 낮 삼아 물대기에 나서고 있지만 가뭄 극복에는 역부족이다.

농업인들은 “앞으로 가뭄이 더욱 심해질 경우 모내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발을 동동 구르면서 중앙정부의 관심과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18일 새벽 5시 농어촌공사 동진지사 진봉지소 백승용(50) 담당이 졸린 눈을 비비며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수문을 연다. 백 담당은 벌써 20여일째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이곳 직원 5명과 하루 24시간을 2시간 간격으로 교대하며 논별로 물을 차례로 대기 위해 수문을 열고 닫고 하고 있다.

농업인들이 자기 논에 먼저 물을 대기 위해 밤중에 수문을 몰래 여는 것을 방지하고 최대한 물을 아껴 공급하기 위해 짜낸 고육지책이다. 이 같은 ‘물대기 전쟁’은 진봉지소이외에도 김제지소, 성덕지소 등에서도 연일 계속되고 있다.

백 담당은 “이번 국지성 가뭄이 1994년의 전국적인 대가뭄보다 오히려 더 심한 것 같다”며 “못자리가 10여일씩 늦어지자 농업인들이 ‘왜 우리 논에 물을 먼저 대주지 않느냐’며 빗발치듯 항의 전화를 하는 등 의 반발이 심해 말그대로 물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가뭄은 전북 서부지역 일대에 확산 중인데, 이 중 김제시 성덕면 죽산면 진봉면 등에서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진봉면 일대 일부 농가는 지금까지 모내기를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모내기를 했어도 논물이 말라 들어가 농심을 애타게하고 있다.

진봉면에 5필지의 농사를 짓는 김동일(55)씨는 “이렇게 심한 가뭄은 처음”이라며 “모내기가 늦어져 큰일”이라고 말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지역의 관개수원인 섬진댐물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농어촌공사 동진지사는 기존의 수원인 섬진댐물 대신 금강물을 끌어오고 있지만 금강물의 오염이 심해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일주일만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농업인들이 가만이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김제=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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