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서울행은 이미 계획되어 있었다.-
우리는 TV에서 혀꼬부라지는 소리로 '써울'하던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다.
바로 그 날... 올림픽의 개최지가 발표되던 날, 그 소리가 울리자
한국 대표단의 손이 번쩍 올라가고 함성소리가 울려퍼지던 그 날을...
88년 올림픽 개최지를 놓고 나고야와 서울이 서로 경합하여 치열한 공방 끝에
나고야의 패배로 끝난 사실은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
그것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고야로 결정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었슴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순간에 역전되어 개최지가 서울로 결정되었던 것이다.
왜 국제 올림픽위원회는 악조건을 무릅써야 하는 올림픽 개최지를 서울로 결정했을까?
물론 그 이면의 힘에 대해서 정확하게 꼭 집어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다만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힘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것만 어느 정도 감지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국시는 반공이다.
또한 이념을 달리하는 북한과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다.
그런 나라에서 올림픽이 개최된다면 당연히 북한과 우방관계에 있는 나라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중국을 비롯하여 북한과 우방관계에 있는 나라가 거의 다 참석을 하였다.
올림픽 개최 사상 최다인 160여개국이 참여를 했던 것이다.
또한 올림픽이 열리기 몇 개월 전에 대한항공기 폭파사건이 일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중국이 참여를 하였다. 이것은 마치 북한을 무시하는 듯한 처사가 아닌가...
그렇다면 누가 이들을 움직이게 만든 것일까?
대체 누가 나서서 이들을 이끌었을까?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경제력이 충분한 것도 아니다.
또 북한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진 동구 여러나라들을 설득해야 하는 난제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고야를 제치고 올림픽 개최지는 서울로 결정되었다.
당신은 한 번도 그러한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는가? 있다면 왜 그렇다고 생각을 하는가?
이것은 민족성, 장래성 혹은 의지 등과 관계없이 어디까지나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결론을 내려야 하는 부분이다.
보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그리고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았을 때,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면 올림픽 개최지를 놓고 표대결을 벌일 당시의 한국 상황에 대해 살펴보자.
올림픽을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한 결정은 1981년 가을에 내려졌다.
그런데 1980년 한국은 경제성장률이이 -5.2%라는 최초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두 자리 숫자의 급성장이 브레이크가 걸린 때이기도 했다.
즉, 1979년의 제 2차 오일쇼크, 박정희 대통령 암살, '서울의 봄'이라 불리는 민중항쟁,
광주민주화운동, 중화학 공업에 편중된 투자로 인한 경공업의 경쟁력 감퇴 등이
1980년을 최초의 그리고 최악의 사태로 몰아가고 있었다.
전례 없이 사회, 정치, 문화적으로 우울하고 음울한 시기였기 때문에
한국은 무슨 일이 있어도 올림픽을 서울로 유치해야 하는 절박함이 있었다.
1964년에 올림픽을 개최한 일본이 그것을 계기로 급성장을 꾀한 전례가 있었으므로
한국도 서울올림픽을 유치하여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경제에 불을 지피려는 의도가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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