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자유게시판 > 금강산 관광개발 박정희 정권 시절 추진

금강산 관광개발을 위한 남북 공동 논의가 지난 1972년 중앙정보부(중정)에 의해 비밀리에 추진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성훈 상지대 총장(전 농림부 장관)은 23일 오후 강원도 주최로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DMZ 60년 환경과 평화 국제포럼’에서 “지금까진 지난 1989년 현대그룹 고(故) 정주영 회장의 방북협의 당시 금강산 남북한 공동개발계획안이 처음으로 구체화됐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1972년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이미 금강산 공동개발 논의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김성훈 총장에 따르면 금강산 관광개발을 위한 남북 공동 논의는 1972년 5월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의 비밀방북과 같은 달 북측 박성철 부수상의 비밀방한 회담의 결과 발표된 ‘7.4 남북공동선언’과 궤를 같이 한다.

중정이 ‘7·4 남북공동선언’의 후속조치로 건설부를 앞세워 비밀리에 남북 경제합작 제안사항의 하나로 ‘금강산 공동개발계획’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중정, 7.4 남북공동선언 후속조치로 금강산 관광개발 준비

김성훈 총장은 “당시 정부가 고(故) 김수근 공간설계연구소장과 나에게 ‘금강산 72’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의뢰했고, 우리는 72년 12월 ‘금강산·설악산 지역 관광도로 구상’이라는 제목의 금강산 공동개발 프로젝트의 시원(始原)이라 할 수 있는 대외비 연구보고서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1973년 11월 30일 발족한 ‘남북조절위원회(공동위원장 이후락, 김영주)’가 3번에 걸쳐 대회를 진행하는 동안 공통의제로 협의되지 못했다.

김성훈 총장은 “이후락 씨의 도중하차로 금강산 공동개발안이 공식화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공식 토의의제에도 오르지 못했다”고 당시의 기억을 전했다.

이어 “1972년 당시 국내에 특별한 정치변수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금강산 평화관광사업은 훨씬 앞당겨져 시행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김 총장은 “1990년 11월 서울경제신문은 일본의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1970대초 북한 당국이 북한 출신 조총련계 재일교포 실업가 손달원씨를 통해 일본 미쓰비시상사에 ‘금강산을 국제관광지구로 함께 개발할 것’을 제안한 일이 있다고 보도했다”며 “일본은 수교국인 한국을 고려해 이를 거부했지만 이 보도 내용에 따라 짐작해 보면 북측은 금강산 관광개발안에 대해 상당한 관심과 미련을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북측이 이렇듯 금강산 관광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락씨 실각 이후 관련 논의가 진전하지 못하고 유야무야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금강산 관광개발은 당시 실세였던 이후락 개인의 독자적인 관심에 불과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DMZ 및 민통선 개발…생태·평화 관광의 방향 제시한 ‘금강산 72’ 프로젝트 보고서

김성훈 총장 등이 당시 중정의 의뢰로 비밀리에 작성한 ‘금강산 72’ 보고서는 냉전·반공의 기치가 높았던 당시로는 획기적으로 남쪽의 설악산과 소양호, 남북 공통의 DMZ 및 민통선 개발계획을 포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총 6장 11절 29쪽으로 구성된 ‘금강산 72’ 보고서는 현재 금강산 관광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온정리 지구를 온천 중심의 정적 휴양지구로 정하고 장기체류자를 위한 숙박시설과 민속촌 건설할 것을 권하고 있다.

또 외금강을 끼고 있는 양진리 지구를 등산객 및 탐방객을 위한 토산품 판매시설과 순화도로의 교통 중심지로 개발하라고 적고 있다. 장전항·고성 지구는 외금강과 해금강의 시종착(始終着) 및 관광 주 공급원으로 정하며, 내금강으로의 교통 중심지는 말휘리 지구를 설정하고 있다.

그 밖에도 이 보고서는 국제관광을 겨냥해 입지적 조건이 양호한 화진포 지구를 국제 규모의 환경친화적 리조트 센터로 개발하라고 적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대목은 보고서가 남쪽의 설악산, 소양호 그리고 DMZ 및 민통선 개발계획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성훈 총장은 “이른바 광역 생태·평화관광 개발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한국은 90년대에 이미 설악산, 소양호 개발에 착수, 위 보고서가 제시한 내용보다 더 충실한 기초시설과 위락시설을 갖추었지만 과다한 상업성으로 인해 설악지구엔 난개발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현재 남북이 추진중인 화진포 개발과 철원 철도 복구사업계획이라도 온전히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는 개발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다행히 북한이 이미 원산과의 연결교통체제를 비롯해 금강산 진입시설과 일부 위락시설을 정비, 확충했지만 지역의 특성상 난개발 현상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여기에 6400만평 규모의 DMZ 민통선 개방과 북측과의 공동개발이 계획될 경우 금강산 생태관광 개발목표는 문자 그대로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설악산-금강산-DMZ 및 민통선을 무비자 평화관광특구로 지정하자”고 주장했다.

“설악산-금강산-민통선-DMZ를 무비자 평화관광특구로 지정하자”

김 총장은 “금강산, 민통선 등은 출입에 있어 남북한 양구의 통제가 용이하다”며 “해당 지역에의 공동 출입허가증 하나만으로 출입 통제가 가능하므로 어느 한 쪽의 허락만 있다면 무비자 지구로 지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남북 공동의 평화·생태 관광 사업은 그 자체가 비정치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 어느 경제협력보다 우선 추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해당 지역들은 서울과 평양 모두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각기 내국민에게 즉각적인 충격을 미치지 않고 남북한 이산가족의 ‘만남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강산과 DMZ 일정 범위에서 ‘물자교류의 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며 외국인 관광 및 해외 기업 유치, 조국통일의 촉진제 역할까지 해당 지역들이 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세옥([email protected])기자 163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