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파문 철저히 재조사하라
청와대 제 1부속실장 양길승씨 향응 파문은 무너진 청와대 보좌진들의 도덕적 해이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하겠다.
청와대 제 1부속실장은 대통령의 업무 일정 등을 지근거리에서 챙기는 최측근 인사다. 그런 사람이 조세 포탈과 윤락 알선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업자가 운영하는 고급 술집에서 향응을 받고, 호텔 스위트룸에서 공짜 잠까지 잤다는 것은 지극히 잘못된 처신이다. 향응을 받는 자리에서 경찰 수사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을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양 실장은 특히 철도 파업으로 청와대 전체가 비상 근무를 하고 있는데다 청와대 비서실 직원들이 가족들과 함께 소방헬기를 타고 새만금 현장을 유람한 사실로 경질된 지 사흘째 되던 날에 이 같은 향응 행각을 벌였다는 점에서 혹독한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공직자로서 기본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청와대의 안이한 대응도 문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양 실장 파문이 한달 전 현지 지방 언론에 보도됐을 때 대통령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고 구두 경고에 그쳤다. '술 한잔 얻어마신 것이 무슨 문제냐'는 논리였다. 도대체 공직자 윤리에 대한 청와대측의 판단 기준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청와대는 지난 5월 '3만원 이상의 금전과 선물,향응 등 수수 금지'를 골자로 하는 윤리 강령을 발표했었다. 그 이후 첫번째 사례로 터진 양 실장 향응 파문을 사실상 묵살한 것이다. 청와대가 시작 단계에서부터 적용을 기피하는 윤리 강령이라면 뭣하려고 제정했단 말인가.
청와대는 지금부터라도 양 실장 파문과 관련한 경위를 철저히 재조사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것만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개혁 작업이 지지를 받으려면 최고 지휘부인 청와대 내부 기강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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