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재단이 교육부 잔칫상이었다니
[국민일보 2007-01-12 17:49]
삼성 고른기회 장학재단의 신인령 이사장(전 이화여대 총장)이 1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재단사무국 구성 뒷이야기가 기가 막힌다. 신 이사장이 지난해 10월 취임해보니 재단사무국 직원 11명 중 9명이 교육부 직원 출신이었으며,재단이 이들에게 인센티브까지 제공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명예퇴직한 모 지방교육청 부교육감을 연봉 9000여만원의 사무총장으로 앉혔고,교육부장관 보좌관 등 교육부 직원들을 10∼20%씩 연봉을 올려 채용했다는 것이다. 안정된 공무원 자리를 포기하고 재단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인센티브는 불가피했다는 교육부의 해명에는 삼성 사회환원기금을 보는 시각이 담겨 있는 듯하다.
삼성이 8000억원이나 되는 돈을 내놓은 이유는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과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등에 따른 사회의 비판 분위기를 극복하고 사회적 책임을 지기 위한 것이다. 이런 기금의 관리를 맡은 교육부가 이 돈의 성격을 올바로 인식했다면 교육공무원을 대상으로 지원자를 모집하는 등 자리를 나눠갖는 식으로 사무국을 구성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재단 이사회의 문제 제기로 교육부 공무원 5명은 사표를 냈고 남은 교육부 직원 4명의 평균 연봉도 20% 삭감했다고 하지만 앞으로 조직 비대화나 예산 낭비 문제는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기금들의 사용 내역을 보면 사무국 경상비용이 지원액의 40%를 능가하는 곳이 부지기수다. 사회적 지원을 하자는 것인지,사무국 직원들을 먹여 살리자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교육격차 해소와 사회통합을 목표로 한 만큼 삼성장학재단은 앞으로 이 문제에 있어 모범을 보여야 한다. 아울러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4월 국민에게 약속한 1조원의 사회환원기금도 이른 시일 내에 출연 및 운영주체가 확정돼 뜻깊게 쓰이기를 기대한다.
603969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