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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법원제도 개선안 공개와 대법원의 반박 성명 발표가 나온 18일 일선 판사들도 흥분한 목소리를 쏟아냈다. 대법원은 "성명서 발표는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은 아니다"고 했지만 일선 판사 대부분이 한나라당 안에 불만을 터뜨렸다. 올 초 형사단독 판사들의 잇따른 무죄 판결이 촉발한 법원사태 때 법원 내부도 이를 비판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가 또 다른 사법 파동으로 비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단독판사는 "이건 사법부 사상 유례가 없는 굴욕이다. 유신독재나 마찬가지 아니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중견 판사도 "해도 너무한다. 사법부를 자기들 마음대로 좌지우지하겠다는 발상 아니냐"며 "사법부가 잘못한 일이 많다고 해도 이건 정말 아니다"라고 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18일 "한나라당 개선안은 헌법과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만든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이런 것이 집권당, 공당(公黨)이 만들었다는 법원제도 개선안이냐"고 물었다. 다른 고법부장 판사도 "(대법관 수를 늘리자는 것은)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 일반 기업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법무부 장관 추천을 받는 사람에게 법관인사권을 주자고 하는데 이건 명백한 삼권(三權) 분립 침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의 단독판사도 "대법관 숫자가 20명이 넘어가면 한 나라의 최고 법원 기능은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급격한 증원은 정권이 법원을 장악하기 위한 시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법원 밖에선 이번 사태로 인한 일선 판사들의 동요가 확대될 경우 사법 파동 가능성을 우려한다. 법원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치권이 법원을 지나치게 압박하면 판사들의 반작용도 거세질 수 있다"며 "적절히 대화하고 타협하는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상황은 과거 사법 파동과는 양태가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1971년 1차 사법 파동은 판사를 구속하려는 검찰에 반발해 일선 판사들이 집단 사표를 내면서 벌어졌다. 1988년과 1993년의 2·3차 파동은 평판사들이 법원 수뇌부의 인사 조치 등에 항의한 사건이었고, 2003년 4차 사법 파동은 대법관 인선문제와 관련해 새 집권 세력과 일부 판사들이 당시 법원 수뇌부를 압박했던 사건이었다. 정지섭 기자 [email protected] 류정 기자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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