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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뷰] 천도와 "전략적 사고"
[머니투데이 박형기국제부장]노무현 대통령은 전략가다. 전략적 사고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기자가 정치권을 출입하던 시절, 노대통령이 "전략적 사고"의 중요성
을 강조한 것을 여러 차례 보고 들었다.

전략적 사고라 함은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예상하고 미리 거기에 대비해 행동하는 것을 이른
다. 토론을 예로 들면 A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상대가 B라고 대답할 것이라고 상정하고 이에 대
한 대답을 미리 준비해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것이다.
노대통령은 다년간의 변호사 생활을 거치면서 전략적 사고에 의한 변론을 체질화 했고, 이를 만
천하에 뽐낸 것이 5공 청문회였다. 그는 5공 청문회를 통해 유명 정치인으로 도약했고, 이후 그
는 전략적 마인드를 갖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국민에게 각인시켰다. 노대통령은 한마디로 전
략적 사고의 달인인 셈이다.

국회 탄핵 직전, 노대통령은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사과 요구를 무시하
고, 오히려 이들을 자극하는 발언을 했다. 국회는 바로 탄핵을 의결했다. 이는 국민의 분노를 불
러일으켰고, 결국 열린우리당에 총선승리라는 어부지리를 안겨 주었다.

일각에서 노대통령이 이 같은 상황을 미리 예상하고 일부러 야당을 자극했다는 "음모론"이 나오
는 것도 노대통령 하면 "전략적"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런 노대통령이 천도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근시안적 사고를 하는 듯하다. 천도에 있어 전략적
사고는 통일 이후까지를 고려,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다.

천도의 최대명분은 국토의 균형발전이다. 수도권의 과밀을 해소하기 위해 대전권에 새로운 수도
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통일 이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서울의 과밀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수도를 건설하는 것에는 적극 찬성한다. 미국처럼 경제수도는 뉴욕, 정치수도는 워싱턴
"투 톱"으로 나가는 것은 좋은 본보기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새로운 도읍의 위치는 남한에 한정돼 있다. 통일이 된다면 대전권은
너무 남쪽에 치우쳐 있다. 수도라는 것은 원래 안보가 가장 우선 고려 되야 한다. 안보가 없다
면 경제도 정치도 없다. 워싱턴이 미국 북동부 구석에 위치한 것은 당시 미국의 주적이 영국이었
기 때문이다. 중국의 수도가 북쪽에 치우쳐 이름마저 북경(北京)인 것은 주적이 만리장성 이북의
기마민족이었기 때문이다.
적의 침입에 빨리 대응하기 위해 수도가 국토의 중심이 아닌 변방에 위치한 것이다. 남북이 통
일된다면 우리의 주적은 중국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도읍은 지금의 북한 땅에 건설하는 게 합리적이다.

물론 이 같은 논리는 구시대적 발상이다. 통신과 교통이 발달, 시간과 거리의 개념이 크게 단축
된 지금, 이 같은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그렇더라도 통일 이후의 수도는 북한이 안성맞춤이다. 현정권이 주장하고 있는 국토의 균형발전
이란 대의명분에 가장 부합하기 때문이다. 남북한 경제력의 차이가 큰 상황에서 정치수도를 북한
에 배려하는 것은 남북 지역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나아가 통일 이후를 생각한다면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서 지금 당장 해야 할 것은 천도가 아니
라 북한을 도와주는 것이다. 남북경협을 통해 북한의 개혁개방을 돕는 것이 국토 균형 발전은 물
론 통일비용을 줄이는 지름길이다.

어느 세월에 통일이 될 것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사실상 남한의 흡수 통일 이외에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김정일 정권의 붕괴 시점이 통일의 그 날을 좌우할 것이다. 김정일의 나이를 고려할
때 길어야 10~20년이다. 북한의 체제가 생각보다 강건해 통일의 시점이 더 늦춰질 수도 있다. 그
러나 `분단 100년"을 넘기진 않을 것이다.

설령 100년을 넘긴다 해도 도읍을 정하는 것은 "천년왕국"을 건설하는 심정으로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교육을 백년지대계라했다. 정도는 천년지대계다.

박형기국제부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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