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의원, 당선무효 처벌 법 만들자”
[중앙일보 박승희.권호]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에서 18일 발생한 폭력 사태를 놓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19일 긴급 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의 전말을 철저히 조사해 국회 차원에서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다면 분명한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사무처 도 “재발 방지 차원에서 폭력행위 가담자들을 형법상 국회 회의장 모욕죄, 공용 건물 손상죄, 특수공무방해치상죄로 고발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과거 국회 내 폭력 사태에 대한 처벌이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된 사례가 적지 않아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많다. 1998년 말 국회 본관 529호실에서 발생한 폭행·기물 파괴 사건의 경우 국회 사무처가 관련자 100여 명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3년 뒤인 2002년 1월 의원 6명은 모두 무혐의 처리됐고, 나머지 당직자들도 기소유예 처분으로 끝났다.
그래서 전직 국회의장 등 정계 원로와 정치학자 등을 중심으로 “국회 내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며 “폭력행위자에 대해선 강력한 법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수한(한나라당 고문) 전 국회의장은 “채증된 자료를 바탕으로 폭력 관련자들을 범법자로 다뤄야 하고 정당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동기 전 국회 입법처장은 “의회 정치가 발달한 외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폭력에 가담한 보좌진 등에 대해선 당장 공무원 신분을 박탈하는 중벌에 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전 처장은 “의원들의 경우 국회법에 처벌 규정이 없는 데다 윤리위 제소도 유야무야되곤 했다”며 “이번 기회에 형법 등의 법 체계를 손질해 폭력행위에 관련된 의원들에 대해 당선 무효 같은 강력한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영(성균관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학계·언론계·시민사회단체 차원에서 이런 폭력 사태가 발생했을 때 반드시 해당 정치인을 공개하고 평가에 반영해 선거 때 유권자들이 선택 기준으로 삼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독일·영국선 정직처분 중벌
◆외국에선 낙선 사유=국회 입법조사처의 이현출 정치의회팀장은 “회의장 질서 문란행위에 대해 독일은 하원의장의 단독 권한으로 최고 30일까지 정직 처분을 할 수 있다”며 “영국도 의장 또는 위원장이 퇴장 명령을 내릴 수 있고, 더 심각할 경우 정직 처분을 위한 본회의 표결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영국 등의 경우 의사당 내 질서 문란행위로 인해 의장에게 호명되는 것조차 불명예로 생각하는 전통이 있으며, 낙선 사유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승희·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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