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만이 교육을 살릴 수 있다”는 진단과 반성이 이웃 일본의 정계, 학계에서 일제히 제기되고 있다. “학생들을 입시지옥에서 해방시킨다”는 명분 아래 사회의 박수를 받으며 출발했던 ‘여유(餘裕) 교육’이 실패 판정을 받은 것이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21일 의회 개원 연설에서 학력저하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여유교육’의 전면 개편 방침을 밝힌다고 한다. 교과 성취도를 중시하는 학력중시교육으로 되돌아가는 한편, 지나친 경쟁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폐지했던 전국학력시험도 부활시키기로 했다.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경단련(經團連)도 학교교육에 경쟁원리를 도입하라고 제안했다.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를 선택하도록 하고, 이렇게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을 받은 학교에 예산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자신들이 지향하는 교육관을 토대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학교설립 기회를 줘야 한다는 건의도 내놨다.
‘여유 교육’은 주5일제 수업, 교육내용 30% 삭감 등 학습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래서 “수업이 어렵다”는 학생들도 웬만큼만 하면 모두 100점을 맞도록 한다는 평준화식 목표를 설정했었다. 그러나 공립고교 교사의 87%는 “여유교육 이후 기초 학력이 크게 저하됐다”는 평가를 내렸고, “수업이 어렵다”는 학생 비율은 오히려 늘었다.
“교육현장에 경쟁을 불어 넣자”는 이런 일본 내 목소리는 학생들을 그저 보통 수준의 규격화된 사회인으로 길러내는 산업사회형 교육으로는 지식사회형 경쟁에서 버텨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수한 학생은 탁월하게, 보통의 학생은 우수하게 만드는 경쟁 촉진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추진하는 엘리트 교육은 경쟁에서 한번 뒤처졌던 학생들에게도 다시 기회를 주는 패자부활전 방식의 ‘교육안전망’과 조화를 이뤄나가겠다는 것이다. 일본식 ‘여유교육’ 실험을 뒤늦게 흉내내고 있는 한국의 교육정책 담당자들과 전교조는 일본의 시행착오 과정을 눈여겨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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