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나는 3.1절 골프 전말
참석자들의 거짓 해명과 엇갈리는 진술때문에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이해찬(李海瓚) 총리 일행의 ’3.1절 골프모임’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한나라당 부산시당 진상조사단(단장 유기준 의원)이 11일 부산 기장군 아시아드CC에서 최인섭 사장과 경기팀장, 전산팀장, 캐디 마스터 등을 상대로 1시간40분가량 진행한 현장조사에서 그동안 석연치 않았던 부분이 상당히 해소됐기 때문이다.
이날 조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과 당사자 등의 주장을 바탕으로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해본다.
당시 골프모임 참석자는 이 총리와 이기우 교육부차관, 정순택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강병중 넥센 회장, 신정택 세운철강 회장, 목연수 부경대 총장, 류원기 영남제분 회장, 박원양 삼미건설 회장, 이삼근 남청 대표 등 모두 9명이다.
박 회장이 이 차관의 참석여부를 미처 파악하지 못한 채 목 총장을 초청하는 바람에 1명이 남았다. 이 때문에 박 회장은 라운딩을 양보하고 클럽하우스에서 기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 일행은 이날 오전 7시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부산 김해공항에 도착해 곧장 아시아드CC로 이동했다.
골프장에는 부산지역 참석자들이 대부분 먼저 와 총리를 맞았으나 부킹시각인 오전 8시45분 티업은 애당초 불가능했다.
결국 정규시간에 없는 오전 9시20분에 이 총리와 정 전 수석, 강 회장, 류 회장으로 구성된 1조가 숙련된 캐디 2명과 함께 레이크 코스에서 출발했고 6분후 이 차관과 목 총장, 이 대표, 신 회장이 2조로 뒤를 따랐다.
앞뒤 팀의 방해를 받지 않는데다 남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는 이른바 ‘황제골프’였다.
조편성은 참석자중 한명이 메모지에 적어주고, 골프장 직원이 이를 편성표에 옮겨 적는 식으로 이뤄졌으며 모두 실명으로 기록됐다.
1조의 경우 처음 몇 홀은 내기없이 했지만 강 회장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캐디에게 봉투에 든 40만원을 맡기고 라스베이거스방식(2인 1조로 나눠 이긴 조가 상금을 타는 방식)으로 홀당 2만원의 상금을 걸고 운동을 했다.
총리 일행은 전반 라운딩이 11시50분께 끝나자 박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가량 점심식사를 했고 맥주도 약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후반 라운딩은 낮 1시10분께 파인코스에서 시작됐다. 원래는 밸리코스로 가야하는데 앞 팀때문에 기다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코스를 변경한 것이다.
오후 3시30분께 18홀을 모두 마친 일행은 샤워를 위해 목욕탕으로 갔다. ’황제골프’덕에 목욕탕은 한산했다.
한나라당 부산시당의 진상조사단원인 이재웅 의원은 현장조사후 “총리가 목욕탕에 오기 직전 골프장 직원들이 탕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 ‘총리가 오니까 빨리 나가달라’고 독촉까지 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목욕을 마치고 나오는 총리에게 캐디 마스터가 총리 몫의 상금 8만원을 건네자 이 총리는 “내 돈이 아니니까 수고한 캐디들에게 주는 게 좋겠다”고 말해 총리팀의 경기를 보조한 캐디 2명에게 4만원씩 돌아갔다.
총리의 그린피는 아시아드CC 최인섭 사장이 회원대우를 해준 뒤 세금 3만8천원도 부담했다. 나머지 7명의 비용 150만원 가량은 골프를 한 기업인 가운데 1명이 카드로 모두 계산했다.
최 사장은 ‘돈을 낸 기업인이 류 회장이나 박 회장이냐’는 질문에 “여러분이 의혹을 제기하는 분은 아니다”면서 ‘강 회장일 가능성이 많겠다’는 지적에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골프장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친 총리는 부산 동래구에 있는 장모를 뵈러 갔으며 나머지 참석자들은 그자리에서 헤어졌다고 한다.
부산=연합뉴스
입력 : 2006.03.11 17:57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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