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정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사회 일탈 현상의 원인과 배경을 뭐라고 보십니까? '돈-권력-쾌락'의 3가지로 짚어볼까 합니다.
돈과 권력과 쾌락을 마다 할 사람이 있다면 현자나 성인 반열에
들어갈 분이고, 되도록 많이 누리고 싶은 게 인지상정입니다. 다만 이런 걸 누리려면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하고, 누리되 어느 정도 절제해야 마땅한데, 그러지 않아 꼭 문제를 일으키고야 맙니다.
*서민의 돈으로 치른 돈 잔치, "굿모닝시티 분양 사기"
지금 언론이 집중 보도하는 '굿모닝시티 분양 사기' 사건도 큰 돈 벌자고 무리하게 일을 벌인 끝에 터졌습니다. 수천 억 규모의 대형 상가 분양 사업을 하려면 면밀한 계획 아래 일을 추진하기 위한 일정 수준의 자기 밑천을 들여야 마땅합니다. 대표 윤창열은 거창한 계획을 화려하게 포장해 대다수 서민들을 유혹해 돈을 빨아들였습니다.
대부분 생계를 지탱하기 위해 어렵사리 아껴가며 모은 소중한 돈인데, 이 돈을 밤하늘 폭죽 터뜨리듯 마구 뿌리고 날린 결과 윤 씨는 어처구니없는 사기꾼임을 스스로 증명했습니다. 윤 씨가 뿌린 돈 가운데 정치권으로 흘러간 일부 때문에 정계도 벌집 쑤셔놓은 꼴이 됐습니다.
집권 여당의 대표 정대철 씨는 부모의 후광을 입어 일찍이 30대 초반에 정계에 입문했습니다. 오랜 야당 정치인 생활을 하며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탁월한 정치 감각으로 지금 노무현 대통령 정권이 출범하는 데 일찍부터 크게 기여했습니다. 마침내 집권 여당 대표라는 자리에 앉게 됐지만, 호사다마는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인가요, 윤창열 씨로부터 미묘한 시기에 투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수억 원을 받은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나 위신이 깎이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검찰로부터 소환장을 받고, 이걸 거부하다 마침내 사전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정치생명까지도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돈 안 드는 정치는 불가능한가?
권력 그룹에 오른 정치인이 남의 돈을 덥석 받은 것은 권력을 지탱하기 위해서 그만큼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위의 정치인들을 보면 실제로 이것저것 돈을 퍼 넣지 않으면 안 될 구멍이 많기도 합니다. 최근 전국구 여성 의원과 가까운 어느 사회운동가로부터 들은 얘기 한 토막입니다.
이 여성 의원이 자기 어머니 소유의 작은 빌딩을 팔아 정치 활동비에 보탰다는 겁니다. 지역구 유지할 필요도 없는 전국구 의원일망정 정치인, 국회의원이라는 '직함'과 '품위', '체면'을 최소한도로 유지하는 데 적지 않은 돈이 들더라는 얘기였습니다. 특히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는 청첩장과 부고, 무슨 무슨 후원회 안내장에 부담이 크다고 합니다.
중진 정치인이라고 길바닥 돌을 주워 금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니, 자기 주변에 사람을 모으고 권력을 더 굳히려면 돈에 목마를 수밖에 없습니다. 돈 안 드는 정치를 하자, 정치를 개혁하자 그렇게도 외치던 유권자 시민 단체의 호소도 헛된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돈과 권력엔 쾌락도 따르기 마련입니다. 한 병에 10만원이나 하는 열대 과일 '노니'쥬스라는 게 있는데, 서울 강남의 일부 부유층들이 앞다퉈 사 마신다고 지난 7월 17일(목) 8시뉴스에서 과소비 행태를 보도했습니다. 1병에 5, 6백원 하는 생수는 거들떠보지 않고 해저 깊은 곳의 바닷물로 만든 일제 음료수를 2만원씩 주고 사 가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평균적이고 합리적인 소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 자기 한 몸의 즐거움을 위해 거리낌없이 돈을 퍼붓는 사람들은 대체 돈이 얼마나 많기에 그렇게 펑펑 쓸 수 있을까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 아직도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 마당에 그들의 정신 구조는 어떨까요?
같은 날 인천에선 30대 주부가 어린 세 남매와 함께 아파트 14층 계단 창에서 투신 자살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엄마, 살고 싶어, 죽이지 마...' 울며 매달리는 어린 자식들을 차례로 내 던지고 자신도 허공으로 몸을 날린 이 여성은 아스팔트 바닥의 충격을 받기까지 그 짧은 몇 초 동안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남편이 실직하고 지방 노동판을 전전하는 동안 생활고에 시달린 주부는 날품을 팔아 생계를 꾸리다 카드 빚을 썼고, 제 때 갚지 못해 상환 독촉에 시달렸습니다.
*기댈 곳 없는 서민들 배려하는 사회 체제 아쉬워
무궁화호 열차에선 정신 이상 상태의 노숙자가 돌아다니다가 일면식도 없는 시민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자녀 동반 투신 자살, 횡설수설 노숙자의 흉기 살인은 둘 다 사회 그늘에서 소외당한 사람들이 빚은 사건입니다. 자신에게 희망이 없다, 내일이 없다고 비관하는 순간 더 이상 살 의미도 의욕도 느끼지 못해 자포자기 심정에 빠지게 되고 결국 소중한 자기 인생을 버리고 맙니다. 사회가 이런 분들에게 진작 최소한의 관심과 정을 베풀어 다시 일어서게 해 주는 체제를 갖춰야 했습니다.
권력과 돈, 쾌락... 가진 자는 더 누리려다 망신당하고, 없는 자는 없어서 고통받고 슬퍼해야 하는 것이 21세기, 소득 1만 달러 시점에서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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