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자유게시판 > 한 부처에 장관이 2명

정치권의 장관자리 갈등으로 인사청문회가 지연되면서 지난 2일과 4일 후임 장관이 내정된 과기·통일·복지·산자·노동부 등에서 사실상의 ‘두 장관’체제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장악력이 현저히 떨어진 현 장관과 운신의 폭이 좁은 장관 내정자가 공존하면서 이중보고 및 행정공백 현상이 속출하 고 있다. 그 결과로 해당 부처 공무원들과 민원인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

◈업무가중과 행정공백

가장 심각한 것은 해당 부처 공무원들의 업무가중과 혼선. 퇴임 이 확정된 장관이 행정을 지휘하고 있는 데다 차기 장관 내정자 가 청문회 준비와 함께 부처 업무 및 현안 파악에 나섬에 따라 이중보고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퇴임을 앞둔 장관이 소신있게 업무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공무원들은 장관 내정자의 정책의지를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주요 행사나 업무일정을 잡지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청와대의 인사 보류 조치에 따른 각 부처의 행정 공백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달 21일 개각 때까지 불가피한 인사 외에는 전보 및 보직인사를 보류토록 하는 ‘인사 보류 조치’를 각 부처에 하달했고, 이에 따라 일부 부처는 국장급 자리가 비 어있는데도 인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또 일부 부처는 교육파견

인사를 실시한 반면, 다른 부처는 인사를 전원 동결하는 등 부처마다 인사 기준이 달라 혼란스럽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표류하는 인사청문회 제도

장관 내정자에 대한 졸속 검증과 이에 따른 조기 퇴진 등 기존 장관 임명절차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장관 인사청문 회 제도가 표류하고 있다. 25일 보건복지부, 노동부 등 정부부처에 따르면 과기부의 김우식, 통일부의 이종석, 보건복지부의 유 시민, 노동부의 이상수 장관 내정자 등 5개 부처 장관 내정자와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은 지난 11일 국회에 제출됐다. 국회는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오는 30일까지 인사청문회를 실시해 그 결과를 정부에 통보해야 하며 부득이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 정부의 요청으로 최대 10일간 시한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식 인사청문회를 벤치마킹해 도입된 장관 인사청문회는 청와대의 강행 의지에도 불구하고 당초 제도 도입을 주장해 관련법 개정을 이끌었던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으로 인해 사실상 무산되거나 여당 및 일부 야당만의 ‘절름발이식 청문회’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미국처럼 정치권의 갈등으로 인해 국회가열리지 못하거나 국회가 열리더라도 정상적인 의사일정조차 소화해내지 못함에 따라 인사청문회가 정쟁의 도구로 전락할 것이라 는 그동안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중앙부처의 한 국장급 공무원은 “정치권 스스로 필요성에 의해 제도를 도입한 뒤 인사청문회 일정조차 잡지않는 등 지지부진함 에 따라 행정부처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도입된 제도의 취지를 살리려면 정치권이 인사청문회에 걸리는 기간을 최소화함으로써 현직 장관과 내정자가 겹침에 따라 생길 수 있는 업무공백이나 혼선을 줄이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김홍국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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