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양대 강국으로 독재와 내전
으로 얼룩진 이 대륙의 민주주의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해온 남아공과 나이지리아에
3선 개헌 움직임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남아공 타보 음베키 대통령과 나이지리아 올루세군 오바산조 대통령이 각각 오
는 2009년과 2007년 헌법에 따른 재임 임기를 마칠 예정인 가운데 이들 대통령의 임
기를 연장하자는 개헌안이 일부에서 제기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것.
음베키, 오바산조 대통령은 아프리카의 안정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아프리카
의 얼굴' 역할을 해온 인물들로 앞으로 3선 개헌 움직임이 본격화될 경우 아프리카
대륙의 긴장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우간다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은 지난해 개헌을 통해 올 2월 대선에 출마,
3선에 도전한 상태이며 블레즈 콩파오레 부르키나파소 대통령도 임기를 제한한 헌법
규정이 현직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지난해 11월 대
선에 출마, 3선에 성공한 바 있다.
◇ 남아공 = 집권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연립정권 파트너인 남아공전국
시민기구(SANCO)의 음룽기시 흘롱과네 위원장은 3월에 열릴 연립정권정상회의 안건
으로 개헌안을 상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주간 시티프레스가 지난달 29일 보
도, 이후 연일 다른 연정 파트너들이 거부반응을 보이는 등 논란을 빚고 있다.
흘롱과네는 "대통령 재임기간을 10년으로 제한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인
물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바람직하지 않다"며 개헌 추진 이유를 밝혔다.
그는 그러나 SANCO의 개헌 추진은 국가 발전을 위한 제도적 개혁 차원에서 이뤄
지고 있는 것이며 다만 시기가 음베키 대통령 재임기간에 겹치는 것은 우연일 뿐이
라며 음베키의 집권 연장을 위한 '외곽때리기'가 아님을 강조했다.
SANCO는 백인정권 치하에서 빈민 운동 등을 통해 민주화 및 시민권익 향상 운동
을 벌인 기구로 현재는 연립정권의 제4파트너이다.
SANCO의 이 같은 움직임은 그러나 부패, 성폭행 스캔들에 발목이 잡혀 있지만
여전히 차기 대통령을 꿈꾸고 있는 제이콥 주마 전 부통령 진영의 강력한 반발에 부
딪히고 있는 형국이다.
연립정권의 파트너로서 주마 범(凡) 지지 그룹으로 간주되고 있는 남아공노총(C
OSATU)과 '아프리카민족회의청년연맹(ANCYL)' 및 공산당(SACP)이 즉각 거부 반응을
보인 것.
COSATU의 즈웰린지마 바비 사무총장은 "그같은 움직임은 나라가 무정부상태로
가는 길"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ANCYL의 피킬리 음바룰라 총재도 "현행 헌법은 우리의 작품으로서 이를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고, SACP도 성명에서 "대통령 임기를 두 번으로 제한한 것은 국가를
위해 아주 잘된 결정인 만큼 이를 개정하는 움직임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음베키 대통령은 지난해 파이낸셜타임스와의 회견에서 '3선에 도전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뒤 "그렇게 할 수도 없고 필요하지도 않다"고
답변했다.
한편 음베키 대통령은 임기 제한 규정이 없는 여당 ANC의 총재직 3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 나이지리아 = 나이지리아 36개 주(州) 주지사로 구성된 전국주지사협회는 지
난달 30일 수도 아부자에서 회의를 갖고 현행 헌법에 대한 광범위한 재조명과 함께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AP통신이 1일 보도했다.
약 26명의 주지사들이 참석해 열린 회동 후 아콰이봄주(州) 주지사인 픽터 아타
는 대변인을 자청하며 개헌작업은 현 정부 임기내에 완료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과 주지사의 임기를 재임으로 제한하고 있어 오바산조 대통
령의 임기 문제를 해결하면서 자신들도 실속을 차리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나이지리아엔 오바산조 대통령이 3선 개헌을 희망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이번 주지사협회의 제안으로 이 문제가 공론화된 것.
앞서 오바산조의 정치고문인 제리 가나는 그같은 관측에 대해 대통령이 2007년
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부인한 바 있으나 정작 오바산조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
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그는 대통령직 승계를 원하는 부통령 아티크 아부바카르와는 갈등
을 빚어왔다.
15년간의 군부 독재 후 지난 99년 민주적 선거에 의해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산
조는 서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민주화에 노력해온 인물이다.
지난해 이웃 토고에서 독재자 에야데마 그나싱베 대통령이 급사한 직후 아들 파
우레 그나싱베가 선거없이 대통령직을 승계하자 이를 강력 비난하며 압력을 행사,
결국 파우레가 일단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다시 선거를 치러 당선되는 절차를 밟
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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